소명자
글ㅣ정노화 선교사(군포이주와다문화센터)

이민선교의 꽃이 한인교회라면 이주민선교의 꽃은 역파송이다.

이민이 장기 정착적 특성을 띤다면, 이주민은 단기 순환적인 특성을 띠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이주민 선교는 교회 개척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선교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파송하고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02년 2월 15일. 부산과 인근의 인도네시아인을 섬기는 에벤에셀교회(GKI Ebenhaezer)가 세워졌고 세월이 흘러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그간 에벤에셀교회는 믿음생활뿐만 아니라 헌금생활도 잘하여 자력으로 장소를 임대하고, 월세와 사역자 사례를 해결하는 자립교회가 되었다.

에벤에셀교회를 통하여 많은 무슬림과 불교도, 힌두교도 등이 회심하고 개종하였으며, 기존 신자 중에서 주의 종들이 배출되기도 하였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마치고 귀국한 이들은 한국에서의 신앙의 열정을 저버리지 않고 선교적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선교사로서 헌신한 이들도 있다.

특별히 말랑(Malang, 중부자바)지역은 역선교의 구심점이 되었는데, 이는 말랑 출신 이민자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에벤에셀교회의 1,2,3대의 회장도 이 지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강한 이슬람 가정에서 회심하여 귀국하자마자 집에서 쫓겨난 형제와 중학교 교사를 하다 한국에 와서 깊이 헌신한 형제 등 2명이 신학교에 입학하였고 전적으로 헌신하였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 한국에서 귀국하여 그동안 번 돈으로 사업을 하거나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생활과 경험에서 부산외국인근로자선교회가 어떻게 이주민들을 선교하는지 자세히 보았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의 준비가 미흡하던 시절에 이민자로서 온갖 고생을 하며 고단한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가족 같았던 친구들이기에 “귀국하면 저도 선교적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했던 친구들이 그 고백과 믿음의 맹세를 지킨 것이다.

이 친구들이 모였고 이들의 뜻에 공감하던 현지 교인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2014년 느헤미야팀으로 인도네시아 땅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모임은 날로 성장하여 어엿한 교회가 되었다. 이들은 무너져가는 시골교회사역, 가난한 학생들을 데려와 공부시키며 자녀 삼는 돌봄과 장학사역 등으로 확대해갔다.

2018년에는 법인설립과 함께 공식적인 사회사업까지 할 수 있는 행정조직을 갖추었다. 이렇게 날로 확장되는 사역을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를 갖추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느끼고, 땅을 준비하고 건축을 계획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비록 자신들의 힘에 지나치는 일임에도 꿈을 가지고 기초를 놓았다. 역시 주님은 거룩한 비전을 기뻐하시고 들으셨다. 섬겼던 교회의 한 성도님이 자신의 유산 일부를 교회 세우는 일에 사용하도록 남겨주셨고, 우리는 그 뜻을 받들어 건축을 시작하였다.

형제들은 교회와 장학관을 세우기를 원했다. 40평의 대지에 1층에는 장학관, 2층에는 예배당을 건축하는데 대지 구입비용을 포함하여 전체 예산이 6000만원 정도였다.(환율이 10배 정도임을 고려하면 현지 부담감은 6억 원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건축하려고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는 한 성도님의 유산을 놀랍게 사용하셨다.

이렇게 1층 장학관 공사는 시작할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2층 예배당 공사를 앞두고 멈춰졌다. ‘어떻게 할 것입니까?’ / ‘돈이 모이면 다시 공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계속 기도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추진하였다. ‘제가 모금하겠습니다. 공사는 시작한 김에 계속하여 2층까지 공사를 마쳐주십시오.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2층 내부 시설과 외부 마감 등의 공사를 위해 1천만원의 헌금 모금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마음속에 품었던 소원을 이루어주셨다. 함께 섬기는 센터의 한국어 선생님들, 후원교회, 후원 장로님, 이름 모를 성도들까지 힘을 보탰다.

10년 전, 에벤에셀교회 설립 10주년에는 현지로 귀국한 형제들 100여 명이 함께 모여 인도네시아 땅을 위해 기도하고 동역을 시작하자는 꿈을 꾸었으나 예산이 너무 많이 들고 이를 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진행하지 못하였었다.

그때 우리는 “20주년에는 더 많은 형제들과 더 큰 꿈을 가지고 모이자”라며 새로운 꿈을 꾸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장벽으로 20주년의 꿈도 이루지 못하게 되었으나 이와는 비교도 못 할 무슬림이 가득한 척박한 땅에 교회건축이라는 큰 꿈을 이루게 하셨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인도네시아를 일구고 복음화하는 일에 새로운 터전을 이루어내는 일을 해낸 것이다. 역파송은 이주민 선교의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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