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자
글ㅣ정노화 선교사(군포이주와다문화센터)

이주민과 관련된 죽음은 우리를 참 슬프게 한다.

해외에 이주노동자를 보내는 국가들은 자기 국민 중 어느 나라에서 몇 명이 죽어서 돌아오는지 매년 통계를 내고 있으며, 한국도 이주민 산재와 사망 등의 통계를 매년 추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 해인지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주목하고 있는데 얼마 전 전세계에 충격을 준 보도가 있었다.

‘축구경기장 등 월드컵 관련 시설을 짓다가 죽은 이들이 6,751명’이라는 것이다. 인도 2,711명, 네팔 1,641명 등 서남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이다(동아일보, 2022.01.10.).

한국도 매년 100명 정도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상하거나 죽음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0년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고용노동부의 자료에는 고용허가제 외국인이 2017년 22만1578명, 2018년 22만2374명, 2019년 22만3058명이며, 이 중 산업재해자는 각각 6170명(사망 90명), 7061명(사망 114명), 7315명(사망 104명)이다.

이는 10년째 비슷한 통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혀 나아지거나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합법적인 외국인근로자만을 통계로 하고 있으며, 미등록노동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산업재해 외에도 각종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심장질환, 뇌질환, 암 등 이주노동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와 환경의 변화, 과도한 노동 등은 결국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그밖에 미등록체류 상태로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가 낙상 등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 알코올중독으로 길거리를 전전하다 동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식을 듣고 함께 대응하다보면 가슴 아픈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사역의 대상자인 이들의 죽음도 아프지만 동역자를 먼저 주님의 품에 보내드리는 일은 더욱 아프다.

부산에서 사역하던 정○○ 전도사는 베트남인들을 위해 헌신했던 분이다. 베트남에 가서 언어를 배워 와서 혼자 고군분투 사역하다가 고려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도사로 E교회에서 사역하며 이주노동자들을 돌보던 중 심장마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의 열정과 헌신을 알기에 정말 마음이 아팠고, 나는 아직 그의 사진을 지우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

한국의 이주민사역 초기에 사역했던 한 강도사는 네팔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네팔교회를 개척해 사역하다가 암에 걸렸고, 그러한 상태에서도 치료하며 전국을 다니다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하였다.

이주민선교는 피의 역사이며, 헌신의 장이 되고 있다. 엊그제 우리는 또 사랑하는 한 동역자를 하나님의 품에 보내야 했다.

진주노회가 노회 차원에서 이주민선교를 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를 구성하여 선교센터를 열었고, 사역자로 필리핀에서 사역하던 서대균선교사(KPM 은퇴선교사)를 세워 2018년 1월 ‘진주이주민선교센터’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사역지에서 기초를 다진 후 서대균 선교사는 2019년 은퇴와 함께 다시 선교의 열정을 가지고 아프리카 부룬디로 나가게 되자 이주민 사역을 주시하던 윤광학 목사가 2019년 5월부터 이 사역을 이어받게 되었다.

교단의 선교사로 허입되지는 않았으나 이주민선교센터 사역에 전념하였고, 이주민 영혼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돌보며 선교하였다.

특히 한국어 교육을 접촉점으로 이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신청하여 진주 지역에서 정부 지정, 공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정부 위탁 교육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는데, “15명 이상 교육이 가능한 교실 2개”라는 것이 있다. 이를 충족하기에는 현재 장소가 협소하였다.

그래서 일단 위탁은 받고 장소를 옮기기로 하여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짐을 옮기고 새로운 장소를 꾸미며 애정으로 가꾸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원래 있던 장소를 원상복구 시켜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따라 바깥 창에 붙였던 시트지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2층 창밖으로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며 폐를 찔렀고, 머리에 큰 부상을 입어 그만 51세의 나이로 주님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KPM 국내이주민지역부의 파트너스 동역자로서 국내이주민 단기선교인 글로컬 선교 여행(Glocal Mission Trip)을 함께 섬겼고,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함께 고심하던 동역자였기에 갑작스런 그의 비보에 멍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아빠와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아직 어린 세 딸과 사모님의 눈물을 대할 때 진주노회 노회원들, 진주동부교회의 성도들, 우리 국내이주민지역부 회원들이 함께 가슴 저미는 아픔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섭리를 믿기에 그가 남겼을 귀한 열매와 사랑, 영향력이 결코 헛되지 않고 한 알의 밀알이 되었으리라는 것을 믿음으로 고백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 땅의 고단한 나그네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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