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자
글ㅣ정노화 선교사(국내이주민선교지역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이 교회의 성도로서 책임을 다하기로 서약합니다.”

2021년 12월 26일. 인도 첸나이 출신의 라훌(Raahul) 형제가 신앙고백 후 세례를 받고 군포다문화교회(정노화 선교사 담임)의 성도가 되었다. 그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인도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인도를 떠난 후 20여 년이 지나도록 인도를 돌아보지 않았다고….

왜 그를 떠나게 하셨을까?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다 짐작하기는 어렵고 기이한 역사다. 그 후 그는 영국에서 일하며 대학에 다녔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도 일을 하였다. 그러다 2011년에 한국으로 들어와 대학원을 마쳤고, 현재는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라훌 형제는 나이가 40이 다 되었지만 결혼에는 뜻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간 미혼으로 살아오면서 인도 어린이 2명을 입양하여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물질적, 정신적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조금은 특별한 친구다.

그는 또 비건(Vegan)이기도 하다. 동물성 식품(고기, 우유, 달걀 따위)뿐만 아니라 생선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주의자다. 이 때문에 매주 예배를 마치고 여러 국가 친구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할 때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비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을 위해 스테이크나 떡갈비 등을 사오는 배려심도 잊지 않는다.

교회에 나온 후 지금까지 1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지각하거나 빠진 적이 없고, 늘 자발적으로 센터의 사회봉사단을 이끌며 청소도 하고, 센터와 교회에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는 큰 동역자가 되어가고 있다.

문화와 사람에 대한 회의로 비롯된 떠남, 비판적 지식, 비건 등의 특징으로 조금은 특별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께서는 라훌 형제가 지나온 삶의 곳곳마다 신앙의 씨앗이 뿌려지게 하셨다. 그동안의 삶의 여정에서 몇몇 군데의 센터와 교회를 지나왔다고 말하였는데, 드디어 군포에서 주님 안에 깃들 게 하신 것이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심는 이와 물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전 3:6-8).

이를 보며 선교사 사도바울의 고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선교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열매는 어느 한 순간에 맺히지 않는다. 누구는 심었고, 누구는 물을 주었던 것이다. 이주민선교는 그 순환이 국제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주민 사역에서도 가장 많은 사역이 씨앗을 뿌리는 사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날리려고 노력해 보지만 당장의 열매를 거두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돌고 돌아 맡기신 영혼들이 주께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언제 그 열매를 얻게 될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오직 주님께서 친히 그렇게 하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는 약속의 말씀을 의지할 뿐이다.

먼저 2022년 한 해 동안 ‘소명자-국내이주민선교 이야기’ 기획을 통해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고신교회와 성도님들에게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기독교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 매주 국내이주민지역부가 이 땅에 보내주신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사랑 안에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때로는 안타까운 이야기로, 때로는 승리의 소식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모두 주님을 향한 사랑과 뜻 안에서 이루지는 사역이라 바라보고, 선교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었으면 한다.

2022년 새해, 주님의 평안을 전하며 군포이주와다문화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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