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겨 형법 낙태죄 조항 효력 상실로 태아 보호장치 사라져
태아 생명 살리는 방향으로 임신부 자기 결정권 적용 필요

법제사법위원회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 (2020.12.08) (사진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법제사법위원회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 (2020.12.08) (사진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새해가 들어선 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다. 새해를 맞으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낙태죄 입법 공백 사태가 현실이 됐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죄 개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다. 국회에는 이미 정부와 의원들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 총 6개가 지난해 말까지 제출돼 공청회까지 끝났으나 아직 본회의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월에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입법 예고를 마친 상태다.

형법에 ‘낙태죄’ 조항이 남아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2021년 1월 1일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됐다.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 행위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상태가 됐다. 현재 태아의 생명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태아의 생명권이 보호받을 수 있게 낙태죄 개정안이 조속히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정부가 임신 14주까지만 자유로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24주에는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안하면서 낙태죄의 존속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의 낙태죄 입법 예고 안에 대해 낙태죄 폐지 반대나 찬성 모든 쪽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낙태죄 폐지 반대쪽에서는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은 지금까지 낙태 상황을 볼 때 임신 초기에 낙태가 다 이뤄지고 있기에 낙태 전면 허용이나 마찬가지로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낙태죄 존치는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고 여성의 신체를 통제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낙태죄 개정안과 관련해서 여전히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의사 결정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당연히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되는 주장이다. ‘낙태’는 곧 살인이라는 것이다.

낙태죄 입법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무고한 태아들이 주수에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에 대해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태아의 생명 보호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10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생명권 침해에 대해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태아를 보호하는 입법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라는 것이다.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낙태죄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낙태죄 폐지 쪽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어 태아의 생명권이 더욱 침해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 높다.

남인순 의원 등 10인이 1월 14일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특수상황에서의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여성계 등에서 약물 투여에 의한 인공임신중단 허용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고, 2017년 9월에 이미 같은 사안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바 있기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 중단’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수술뿐만 아니라 약물에 의한 방법으로 인공임신 중단이 가능하도록 하고(안 제2조 제7호), 임산부 본인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 중단을 허용할 수 있게 하며(안 제14조), 인공임신 중단에 대한 보험 급여를 실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안 제14조의2 신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고, 안전한 인공임신 중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라고 하고 있다.

또 권인숙 의원 등 12인이 1월 14일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인공임신 중단에 대해 보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여성의 안전한 인공임신 중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두 법안 모두 1월 15일부터 24일까지 입법 예고됐다.

낙태죄 유지와 낙태죄 전면 폐지가 상호 대립하는 가운데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낙태죄 유지냐, 폐지냐 논란되고 있지만, 여성의 임신에서 중요한 게 임신부의 몸과 태아의 생명이다. 임신부가 자신의 몸과 내 몸 안에 새롭게 잉태한 아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의 생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임신부의 몸은 자신이 주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가 임신부에게 있다는 것이다. 임신부의 결정에 따라 임신을 중지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태아의 생명은 중심에 두지 않고 단지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임신을 중단하건, 아이를 낳을 때 보건의료체계와 인프라가 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낙태죄 전면 폐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낙태죄 전면 폐지 운동이 거세게 대두되는 가운데 낙태죄 관련 개정안은 여전히 표류함에 따라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내 몸을 내가 주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넘어 태아의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태아는 1차로 임신부가 보호하지 않으면 어디서도 보호받을 수 없는 생명이다. 더욱이 태아는 임신부와 가장 가까운 피붙이다. 하루속히 임신부와 태아를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낙태죄 관련 법안이 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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