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화 목사(광혜교회 원로)

사람이 발명한 최초의 발명품은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만큼 거짓말은 사람에게 원래적이고 보편적인 악습이다. 이 거짓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비슷한 말이라 한다. 한 마디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혹은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주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거짓말은 부족하거나 약하거나 심지어 악한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자기를 방어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성경은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고 한 제 9계명을 필두로 거짓말에 대한 많은 경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거짓말은 모두 9계명에 귀속시킬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으며,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상식적으로 거짓말은 선의로 하는 백색 거짓말과 악의로 하는 흑색 거짓말로 나누지만 거짓말의 성격과 종류는 훨씬 복잡하다. 자기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거짓말, 자기의 실수나 잘못을 모면하려는 면피용 거짓말, 적과 싸움에서 적을 속이고 승리하기 위한 위계에 해당하는 전략상의 거짓말, 악한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함하기 위한 거짓말, 선한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거짓말 등등.

성경에는 많은 거짓말의 사례들이 있다. 아브람이 애굽에 이르러 그 아내 사래를 누이라고 하여 생명을 보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이 그의 약함 때문인 것을 아시고, 또한 언약에 기초하여 오히려 바로를 징계하고 아브람을 도와주신 일이 있다. 또한 사라의 경우에도 하나님의 사자가 아브라함에게 내년 이 맘 때에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는 말을 하는 것을 장막 뒤에서 엿듣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주의 사자는 그 웃음의 의미가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하는 뜻으로 이해하였기에 왜 웃었느냐!’고 책망할 때에 사라가 두려워서 부인하여 내가 웃지 아니하였나이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 사람이 자기보호를 위한 본능적인 거짓말로 간주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말이 명백하면서 잘한 거짓말로 인정된 것은 역시 라합의 거짓말이다. 라합은 이스라엘의 정탐꾼을 살리고 후에 이스라엘의 기업을 얻을 소망으로 여리고의 수색대를 따돌리기 위한 거짓말을 하였으나 이것은 믿음의 사례(11:31)로 칭찬하였다.

그런가하면 아간의 거짓말로 인하여 아이성 전투에서 실패하게 되고 아간과 그에 속한 모든 것을 심판하신 경우도 있으며 사도행전 5장에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밭을 판 돈 일부를 숨기고 전부인양 거짓말을 하여 성령을 속인 죄로 함께 엎드러져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례도 있다. 특히 이웃을 해치려고 거짓 증거하는 일은 계명을 어기는 중대한 죄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성경의 사례는 모든 거짓말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처벌의 대상으로 삼았다기보다는 어떤 거짓말은 칭찬을 받고, 어떤 거짓말은 긍휼을 입고, 어떤 거짓말은 심판을 받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거짓말이란 그 자체는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기에 선의라 하드래도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본인의 인격(정직성)과 결부된 중대한 문제임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거짓말의 진위를 가리거나 선악을 가리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거나 쉬운 일이 아님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통령의 탄핵과 국정조사 청문회에 이어 급작스런 대선 정국을 맞이하며 곳곳에 거짓말 파문이 일고 있다. 이미 국회 위증죄로 구속 기소된 유명인사들도 있고 대선 정국에서 상대방 후보를 불리하게 하기 위한 여러 전략 가운데 거짓말을 들춰내는 것이 기본이 되고 있다. 특히 대선 후보들을 검증하는 문제에 있어 거짓말은 도덕성이나 인격 문제에 중요한 변수가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선 후보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행적 가운데 약속했던 것이 이행되지 않았거나 그 당시 상황으로 정당했던 것이 지금 상황으로 부당하게 느껴져 시인하기에 곤란하여 거짓말이 된 경우이다. 다음은 정책이나 수치 등에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여 사실과 다르게 말함으로 거짓말이 된 경우이다. 상대 후보들의 공격에서 궁지를 모면하려고 면피용으로 한 말이 사실과 다르므로 거짓말이 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기를 위장(과장)하거나 상대방을 모함하기 위한 고의적인 거짓말도 있다. 이런 여러 유형의 다양한 거짓말을 동일하게 단죄할 수는 없다. 대통령도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거짓말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사소한 실수로 거짓말이 되었을지라도 그 처리는 양심에 따라 솔직함으로 해야 할 것이며 고의적인 거짓말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 가운데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사람임으로 모든 국민들이 신뢰하고 인정할만한 정직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며 정직한 대한민국을 회복함으로 총체적인 거짓으로 침몰한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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