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목사/서울제일교회

교수님 부부를 두만강을 건너게 해서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낼려면 혼자서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최소한 중국 쪽의 군대나 공안 아니면 북한 쪽 군대나 브로커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나는 본질상 브로커를 접촉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계통은 접어야했고, 중국 쪽에서 도움 줄 분을 찾아야 했다. 나의 머리에 당연히 떠오른 분이 00에 있는 공산당원이자 공안 출신 000였다.


이 분은 공산당원이자 공안 출신으로 현재 지방정부 비서장 역할을 하지만 참 순수하고 긍휼함이 풍부한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그 분의 딸을 연길에서 돌봐 준 인연으로 만나게되어 참으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어 친구처럼 지내던 분이시다.


이 분에게 전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두만강을 넘는 것 뿐 아니라, 북한 초소와 선을 연결해 놓겠다고 했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한 번 친구가 되면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중국식 친구 "펑요!"라는 것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드디어 그 날이 되었다. 두만강가의 선한 사마리아인 집에서 모여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예배와 기도를 드렸다. 성경을 하나 넣어드리고도 싶지만 그것은 생명과 바꾸는 것이기에 차마 넣지 못하고 에베소서 빌립보서 딤전후서 베드로전후서를 뜯어 포장지처럼 위장하여 넣어 드렸다.


두만강을 넘을 부부의 짐을 한 번 살펴 보았다. 신발은 장화를 신었고, 어깨에 맬 큰 가방을 사드렸는데 이상한 짐들이 몇 개 있었다. 살펴보니 전기밥솥과 수많은 옷가지들이었다. 아니 북한에 전기도 잘안들어오는데 이것을 왜 가져가려고 하느냐 하니까, "한 번씩 전기가 들아와도 요게 최곱네다. 딸네 집에 주고 싶습네다" 한다. 아이쿠야. 부모의 자녀사랑을 말릴 수가 없다. 하지만 옷가지 짐은 안된다고 하니 기어코 몇 겹으로 입으시고야 만다.


새벽 1시 약속한 시간이다. 중국 쪽 두만강가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며 숨을 죽인다. 마침 저쪽에서 라이타 불 빛이 보인다.(계속)

<김동춘 목사/서울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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