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의 외교관계 통해 본 통일의 길

최근 폴란드와 북한의 관계를 통해 통일의 실마리를 풀려는 시도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기독교통일포럼(상임대표 이원재 목사)은 지난 6월 모임을 갖고, 외교자원 사례를 통해 선교의 일면 가능성을 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모임에서 김규남 교수(한국외대)폴라드 외교문서로 본 북한외교-북한의 외교자원을 선교역량으로 전환하기라는 제목으로 발제하고, 폴란드를 통한 통일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폴란드는 625 전쟁 직후 북한에 병원을 세우고 의료지원단을 파견했으며, 광산복구사업과 철도사업을 도우면서 특히 1959년까지 6천여 명의 북한고아들을 받아들여 양육한 나라이다. 김 교수는 기밀이 해제된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폴란드 외무부 기밀문서를 활용해 북한과 폴란드의 관계사를 연구하면서 인간의 생각으로 외교관계를 열었지만 성령께서 이를 복음의 통로로 사용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는 역사를 발견했다면서, “폴란드의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다른 민족에게 빚진 심정으로 말씀을 전하되, 북한을 향해 마음을 갖게 하는 일이 통일선교의 작지만 소중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123년 동안 러시아와 독일,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 통치를 받았고, 한반도는 폴라드가 독립할 때 즈음에 일본제국의 식민통치를 받기 시작했다. 결국 폴라드와 한반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현대국가의 모습을 갑춰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더욱이 냉전시기에는 소련의 영향을 받은 폴란드와 북한이 단독으로 수교를 맺을 수 있었고, 1989년에 이르러 남한도 폴란드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됐다.


주목할 것은 북한과 폴란드의 관계였다. 폴란드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이후 병원을 세우고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더불어 산업시설과 광산복구, 도시재건, 군사장비공급 지원 등을 무상으로 지속 지원했다. 특히 폴란드가 북한고아 양육사업에 주력하면서 직업과 학업교육을 감당, 양국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하지만 1970년 데탕트 시기 국제정세는 빠르게 변했다. 폴란드는 서방과 교류하기 시작했고, 한국과도 수교를 맺도록 권유를 받으면서 한반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됐다. 폴란드는 국제사회와 협력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북한은 체제강화를 바탕으로 제한된 외교를 유지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양국, 특히 북한은 폴란드에 대한 염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1973628일 주폴란드 북한대사는 폴란드 수상과 면담한 자리에서 남한을 외교적으로 고립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후 꾸준히 남한의 고립을 폴란드가 이끌어주길 요구했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는 정치적 문제 외에 체육과 문화교류는 간섭하기를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의 요구를 외면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1985년부터 시작된 소련의 개혁정책으로 인해 폴란드 정부의 소련 의존도는 약화됐고, 이에 따라 급격한 체제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1989111일 대한민국과 수교를 맺게 됐다. 이에 북한은 폴란드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하고, 개성의 중립국감독위원회 폴란드 대표단을 추방했다. 또한 폴란드 정부 역시 평양의 대사를 송환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악화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 북한과 유럽의 협력외교로 양국의 관계는 회복됐으며, 70년이 넘는 전통적 관계 속에서도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남한은 190개의 나라와 수교를 맺고 있고, 북한은 161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과 단독으로 수교를 맺은 나라는 쿠바와 시리아, 북마케도니아와 팔레스타인이다. 30년 전 폴란드 역시 북한과 단독 수교국이었다. 폴란드의 대한반도 외교사의 처음은 북한이고, 양국에게는 친밀함을 구축했던 전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규남 교수는 교회를 핍박하던 폴란드가 이제는 다시 선교를 꿈꾸는 나라가 됐다. 우리의 통일은 민족만을 위한 자기 중심적 통일이 아니다. 복음에 빚진 이는 민족에게도 빚진 자이자 다른 민족에게도 빚진 자이다. 북한의 외교노선인 민족을 위한 평화와 친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예수를 위한 평화,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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