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포에니 전쟁의 주인공이었던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신흥 강대국 로마를 공포에 빠트린 당시 최고의 전략가였다. 코끼리를 동반한 대군을 이끌고 피레네 산맥을 지나 알프스를 넘은 그는 거침없이 이탈리아를 점령해 갔다. 후에 로마가 그를 이길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한니발의 전략을 배워서 역으로 사용한 것뿐이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던 데는 한니발의 리더십이 단연 돋보였다. 한니발을 수행했던 실레누스의 기록에 따르면, 한 차례, 로마군의 공격을 받고 일부 군사들이 투항했던 것 외에는 말 그대로 단 한 사람도 그를 배신하거나 떠난 병사가 없었다. 그는 장군으로서 추위도 더위도 묵묵히 견뎌냈다. 병사들과 다름없는 식사를 했고, 밤낮 구별 없이 문제들을 처리했다. 피곤할 때는 병사용 망토만 두른 채 나무 그늘에 그냥 드러누워 잠을 잤다. 그 광경이 너무나 익숙해서 병사들은 그 곁을 지나갈 때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조심했다. 한니발이 그렇게 붙임성이 있거나 개방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병사들은 그의 수수함과 평범함에 더 큰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전략적 천재성을 가졌지만, 자신들이 발자국소리를 내지 않도록 배려해주지 않으면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는 장군을 그들은 사랑했기에, 죽음의 위험이 있는 알프스와 로마를 마다하지 않고 덤벼들었던 것이다.


건강한 리더십과 건전한 인간관계는 철저하게 상호적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상호적인 관계란 대화하는 관계이며, 대화하는 관계란 따르는 자들의 말을 경청하는 관계이다. 그 경청이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삶에 동화되면서 그들의 필요를 함께 공감하고, 지도자로서 풀어줄 수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주는 것이다. 건강한 리더십의 반대편에는 완고한 리더십이 있다. 완고한 지도자는 인간관계의 상호성을 만들 수 없고, 결국 고립을 자초하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로부터 격리된다.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그들에게 동화되거나 그들과 공감하지도 못한다. 자기의 말만 하고, 자기의 감정에만 충실할 뿐, 다른 사람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을 완고하게 하는 것 가운데 으뜸은 성공 경험이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반드시 완고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공해 본 경험이 있어서 완고해진 사람은 변화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개혁을 이룰 수 없다.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전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했거나 스스로 성공한 가장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 심지어 손자손녀들까지 심각한 압박감과 우울증을 겪는 것을 보면, 성공한 사람의 완고함이 얼마나 병적일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성공 경험이 인간의 마음을 격리시키고, 그 경험에만 중독되게 함으로써, 개인의 병적 자기파괴와 관계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윗이 도피생활을 할 때 마온 사람 나발이라는 큰 부자에게 호의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양 털을 깎는 큰 잔칫날에 다윗은 사람들을 보내어, 지금까지 다윗과 그 부하들이 나발의 종들과 재산을 보호해 준 것에 대한 작은 감사의 선물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나발은 완고하고 행실이 악한사람이었다(삼상25:3). 그는 종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다윗의 추종자들이 밤낮으로 나발의 모든 재산의 담장이 되어 주었지만, 그는 다윗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누구냐. 요즈음에 각기 주인에게서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도다. 내가 어찌 내 떡과 물과 내 양 털 깎는 자를 위하여 잡은 고기를 가져다가 어디서 왔는지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주겠느냐며 다윗의 전령들을 모욕하고 빈손으로 보냈다(삼상25:10-11).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왕의 잔치와 같은 잔치를 베풀었다. 결국 하나님은 그를 치셨다. 아내로부터 다윗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낙담하여 몸이 돌같이 되었던 것이다. 완고한 마음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다(삼상15:23).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기준이 되어 하나님의 뜻이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으려는 고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종들은 주인인 나발이 너무나 불량하여 더불어 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고, 안하무인이며,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 때 다윗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산성에 고립되어 있고, 블레셋 사람들이 베들레헴을 차지하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베들레헴 출신의 다윗은 그 성문 곁에 있는 우물물을 마시고 싶다고 말했고, 용맹스런 그의 용사 세 사람이 블레셋 군대를 돌파하여 그 우물물을 길어 왔다. 다윗은 그 우물 마시기를 기뻐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 부어 드리며 후회한다. “내 하나님이여, 내가 결단코 이런 일을 하지 아니하리이다.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갔던 이 사람들의 피를 어찌 마시리이까”(대상11:19). 여기서 다윗은 적어도 자신을 위해 죽음을 무릎 쓴 부하들의 위험을 공감하는 왕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의 죄로 생각하고 두려워하였다.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다시는 그런 위험한 명령을 내려 사랑하는 부하들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자신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돌이키는 지도자에게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실수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인격 장애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범주착오를 일으키고, 자신이 마치 하나님인 것처럼 완고해 지고 자신만을 숭배한다. 완고한 리더십에는 미래가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신의 성공 경험조차 내려놓고,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일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그 앞에 겸손해지는 것이 바른 리더의 모습이다. 이처럼 하나님과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선한 리더들이 교회와 사회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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