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요? 목사의 말이 아니고요?

설교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성경 외에 없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는 이들이 문제이지 않습니까? 설교가 하나님의 음성이라도 된다는 것입니까? 설교는 목사의 능력에 따라 너무나 다르지 않습니까? 어떤 설교라도 무조건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우리는 설교에 그 어떤 실수도 인정하지 않아야 하며, 목사를 신탁을 받는 무당쯤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요? 설교가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목사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니까 목사가 더 거짓말하기 쉬운 것이 아닙니까?


설교가 예배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은 종교개혁의 영향입니다. 종교개혁은 예배를 개혁했는데, 설교를 예배의 중심에 자리잡게 했습니다. 중세교회의 사제는 말 그대로 제사장이었는데, 개신교회의 목사는 설교자로 바뀝니다. 설교가 미사의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자신들의 고백문서에서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개혁자들의 학식과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설교를 하나님께서 지금도 말씀하시는 방편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취리히에서는 설교자들의 공부모임을 예언연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설교는 지금도 계속되는 예언이라는 뜻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기록된 말씀인 성경, 육화된 말씀인 그리스도, 그리고 선포되는 말씀인 설교 말입니다. 그렇다면 설교만큼 영광스러운 것이 없고, 또한 부담스러운 것이 없습니다. 설교는 인간으로서는 감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설교자를 통해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설교는 성경의 단순인용이 아닙니다. 성경인용만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면 설교는 필요없습니다. 예배시간에 성경만 읽고 끝내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말씀은 선포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개신교회가 설교의 고귀성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이 가면 갈수록 설교 듣기 싫어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잔소리를 늘어놓는 이들을 향해 설교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설교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의 어떤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설교를 진단했는데, 이것을 보도한 교계의 어떤 신문에서는 교회 강단에서는 설교가 아닌 강론이 필요하다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말씀을 풀어서 설교하는 강해설교가 진정한 설교라는 지적입니다. 여기서도 설교를 목사의 잔소리로 치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설교는 없을 수 없기에 신자들은 유명한 설교자를 찾아서 교회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닙니다. 설교에 목을 매고 있는 셈입니다.

목사는 오직 설교자로 인식될 정도입니다. 다른 것은 못해도 설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생긴 현상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멋진 웅변과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교인들은 이제 예배에서 관람객이 되었습니다. 예배공간을 공연장처럼 꾸미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편하게 앉아서 구경하겠으니 나를 감동시켜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예배공간에서 목사는 청중을 감동시키는 공연자가 되어야 합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는 설교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납니다. 예배는 오직 설교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회중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회중은 예배의 다른 순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목사의 설교를 기다립니다. 설교가 자기 마음에 들었으면 오늘 예배는 좋았다고 말합니다. 설교가 실망스러우면 오늘 예배는 공쳤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설교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데살로니가 사람들은 사도가 전한 복음을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았습니다(살전 2:13). 교회는 그렇게 해서 세워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목사의 입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기계적인 것이 아닙니다. 회중은 선포된 그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인지 날마다 상고해야 합니다(17:11).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닐 때 우리는 그 어디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설교가 점점 잔소리로 치부되어가는 시대에 진정한 말씀의 선포가 회복되길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설교는 목사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