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찬양하며 예배하고 기도하는 아름다운 청년들이여!’

 

“안녕하세요! 성탄절을 앞두고 믿는 청년들과 함께 거리에서 의미 있게 찬양하고 싶은데, 혹시 교회에 청년이 있나요?”

2017년 겨울, 경상북도 고령에 있는 대부분 교회가 받은 한 통의 전화 내용은 사뭇 특별했다. 낭랑한 목소리로 교회에 청년이 있는지, 함께 모여 성탄의 기쁨을 찬양하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물은 주인공은 바로 이민애 자매. 고령중앙교회(담임목사 이행연)에 출석하는 청년이자 담임목사의 큰딸, 고령군기독교청년연합회의 초대 회장이다.

7년 전 한 청년의 용기 있던 전화 한 통이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때는 미처 몰랐으리라!  조용해 마지않던 작은 시골 마을 거리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고령군기독교청년연합회(고기청연)는 그렇게 2017년 겨울 무렵, 모인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9년에 공식 연합회 조직으로 출발했다.

물론 시작부터 많은 청년이 모였던 건 아니었다. 인구 자체도 3만 2천 명이 채 되지 않는 경북 고령지역이었고, 학업과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가는 청년들의 숫자는 여느 도시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각자 섬기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도 정말 은혜가 있지만 같은 또래 청년들이 만나서 뜨겁게 찬양할 기회가 도시보다 적은 편이다 보니 청년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청년 숫자가 많은 교회가 거의 없었고, 교회에 청년이 없어 혼자서만 신앙생활하던 친구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다는 자체로도 엄청난 위로가 되고 감동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교회에 어르신들만 계시고 또래 친구가 없어 힘들었던 친구가 고기청연 모임을 통해 더 열심히 섬기는 모습도 보게 됐고요.”

이민지 자매(고령중앙교회)가 고기청연이 고령 지역교회 청년들에게 가져온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민지 자매의 친언니인 민애 자매가 고기청연의 초대회장으로 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든든하게 함께 해왔으니 누구보다 애정도 컸을 터.

고기청연의 주축 역할을 해온 민애, 민지 자매의 아버지이자 고령중앙교회의 담임목사인 이행연 목사는 두 딸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함께 하는 고령지역의 청년들에게 지역 복음화를 향한 길에 묘안을 찾기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건만 하나둘씩 청년들이 모이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다고 친목과 교제만 있는 모임도 아니고, 교단을 초월해 모인 형제자매들이 뭉쳐서 고령지역 교회당을 돌며 예배하고, 플로깅과 거리 찬양에 나서는 모습이 너무 은혜스럽습니다. 물론 걱정 거리도 있었죠. 혹시라도 이 모임이 너무 좋아서 섬기던 교회를 떠나 친구가 있는 교회로 옮기면 안 되니까요.”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그래서 고령군청년연합활동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느낀 이행연 목사는 고기청연이 공식 조직체로 활동 하도록 고령군기독교연합회 임원회의에서 발의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도록 발판을 놓았다. 그렇기에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는 두 딸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청년들이 활성화되어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고, 찬양 연습과 기도회로, 또 올해 고령지역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찬양 인도를 맡은 것처럼 행사가 있으면 다 같이 모여요. 고기청연을 지도해주시는 목사님은 물론 함께 아름다운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모임이 금지되면서 고기청연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으셨어요. 저희를 담당해 주신 황태식 목사(사부교회)님이 사역지를 대구로 옮기셔야 했죠. 그런데 코로나 때 대구에서 사역하시다가 이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다시 고령지역으로 오시게 된 거예요.”

고기청연 시작 당시 전도사였던 황태식 목사가 다시 돌아오고, 코로나가 약화될 때쯤인 2022년 9월부터 고기청연 청년들은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모임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기에 그때부터 더 체계적이고 활성화되어 지난해에는 고령군 부활절연합예배 찬양으로 감동을 선사했고, 성탄 거리 찬양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고기청연의 긍정적인 영향은 고령지역에도 이렇게 믿는 청년들이 있구나! 그 청년들이 혼자 신앙생활을 하면서 약간 침체했던 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신앙의 구석진 공간에도 우리 이렇게 예수님을 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더 힘을 얻게 되고 이런 자리로 나올 수 있도록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저희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곤 할 수 없지만, 감사한 건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청년들이 끊기지 않고 계속 들어오고 있어 자연스럽게 다음세대로 이어진다는 거죠. 이번에 처음으로 임원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민애 자매에서 박세윤 자매(고령중앙교회)가 회장으로 섬기게 됐습니다.”

고기청연은 고령지역에 인접한 경남 합천지역 청년들과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다. 정기모임에 참석해 서로 독려하기도 하고, 작년 성탄절 행사 때는 음악 세션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지역 내에 있는 청년들을 어떻게 한 자리로 모이게 할 수 있을지 서로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이토록 선한 영향력의 고기청연이지만, 어려움도 있을 터.

“저희가 두 달에 한 번씩 지역교회를 돌면서 예배드리는데, 혹 교회 청년들이 본교회를 이탈할까 봐 걱정하시는 목사님들도 계셔요. 고령에는 45곳의 교회만 있는 작은 지역이니까요. 우려하시는 부분을 알기에 계속해서 문이 열리도록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고기청연의 2대 회장을 맡게 됐는데, 부담이 없지 않아 있죠. 하지만 초대회장이었던 민애 자매가 잘 이끌어왔던 터라 저는 지도 목사님과 출석교회 담임목사님을 의지하면서 잘 하면 될 것 같아요.”

고기청연의 새로운 회장으로 섬기게 된 박세윤 자매(고령중앙교회)가 소감을 전하면서 지역 청년 전도 집회,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 등도 계획 중임을 알렸다.

고령지역의 45곳 교회 중 절반이 넘는 교회가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 교회이고, 고신교회는 4곳(고령중앙교회, 노곡교회, 일량교회, 중심교회)으로, 고령중앙교회를 제외한 3곳 교회는 미래자립교회이다. 성도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으로 청년이 없는 교회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도 고기청연이 예배한 교회는 청년이 없어 할머니 권사님들과 함께했으니 말이다.

교단을 초월해 하나님만을 믿고 의지하면서 나아가는 청년들은 아마도 빤짝거리는 귀한 보석과 같다. 저마다의 고유한 색을 지닌 보석은 혼자서도 반짝이겠지만, 다양한 보석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면 그 반짝임은 더하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다음세대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청년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서 그들을 끌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보석같이 빛나는 청년들의 모임이 귀한 은혜라며 무명으로 후원하는 어르신들과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성도들이 있어 고령군기독교청년연합회의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밝다.

또 한 번 고기청연의 형제자매들이 교회당에 모였다. 다가올 2024년 고령군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찬양을 맡아 최종 리허설에 돌입한 것. 확실한 정체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고기청연을 아름다운 눈길로 바라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어르신들과 고기청연의 모든 청년이 그리고 다시 사신 부활의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 오늘도 기도하며 달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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