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 담임)

필자가 유학 시절 네덜란드 자유 개혁교회 문서보관소에서 한국 관련 기록물을 찾다가 신기한 기사를 발견했다. 한국 교회 신사참배와 배교의 역사, 그리고 자유신학에 대항하여 세워진 고려신학교의 영적 쇄신 운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흔적이다.

고려신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진 신사참배 회개 운동과 정통 신앙을 지키려는 노력이 멀리 네덜란드까지 알려진 것이다. 네덜란드 자유 개혁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 클라스 스힐더(Klaas Schilder)는 1944년 ‘프레이마킹’을 이끈 캄펀 신학교 교의학 교수이다. 그는 주간지 ‘더 레포르마치’(De Reformatie)의 편집인으로 많은 글을 기고 했다. 그는 1950년 7월 19일 ‘한국의 교회 투쟁’(Kerkstrijd in Korea)이라는 기사를 썼다.

리어담(Leerdam) 교회의 주보에 실린 목사(C. van der Waal)의 글을 참고해 쓴 것이다. 당시 자유 개혁교회는 많은 설움을 받고 ‘싸움닭’이라는 비난도 듣고 있던 터였다. 교권의 횡포와 자유신학에 대항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싸움은 항상 외롭고 힘들다. 동양의 한국 교회도 자유신학과 신앙과 싸운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큰 위로를 얻는다. 스힐더는 요한계시록 12장을 인용하며 교회가 사탄과 끝없는 투쟁 가운데 있음을 확인한다.

그는 복음이 한국에 어떻게 전파되고 장로교회가 세워진 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신사참배에 굴복한 역사를 언급하며 안타까워한다. 무엇보다도 선교사를 파송한 서구 교회가 신학적으로 자유화하면서 신사참배에 대해서도 느슨한 태도를 보인 탓이 크다고 꼬집는다.

동시에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회개 운동을 하며, 굳건한 정통 신학과 신앙을 지키려는 교회와 성도가 한국에 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구 선교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증언한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사참배 반대운동과 회개운동, 진리운동을 펼친 것은 기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어서 주목할 내용을 소개한다. 1949년 말엽 한국 YMCA는 스위스 신학자 에밀 브루너(Emil Brunner)와 프린스턴 신학교 교장 메카이(Joh. A. Mackay)를 초청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강연했다. 그들은 자유주의 신학을 전했다.

스힐더는 두 신학자의 한국 방문과 강의에 대해 성명서를 낸 두 명의 한국 신학생을 소개한다. 성명서 일부 내용을 보자. “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그 성경을 방어하고 굳게 붙들 것입니다. 우리는 저들의 신학과 신앙에 반대하고 지사충성으로 말씀을 붙잡겠습니다.” 스힐더는 두 신학생의 이름을 기록한다. ‘Sang & Bansik’이다. 이들은 누구일까?

이상규 교수가 ‘고려신학교와 개혁주의 신학: 개혁신학의 정초기, 1946-1960’라는 글에서 이 사건을 소개한다. 1949년 두 외국 신학자의 강연에 대해 고려신학교가 먼저 성명서(11/26)를 발표했다. 이어 12월에 고려신학교 학우회도 성명서를 냈다.

그 성명서에는 학우회를 대표해서 회장 송명규와 서기 홍반식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스힐더가 칭찬한 ‘Sang & Bansik’은 이들로 보인다. ‘Bansik’은 홍반식이다. 그러면 ‘Sang’은 누구일까? 송명규의 ‘Song’이 ‘Sang’으로 오기된 것으로 보인다.

두 성명서는 미국 성경장로교회 선교사 최의손을 통해 그해 12월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 ICCC 모임에 전달되었고, 그것이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교회에 알려졌고, 스힐더에게 전달된 것이다. 학우회 성명서의 내용 가운데 한 부분을 인용한다. 

“에밀 뿌룬너 박사의 우리나라에 와서 공개한 말…‘우리는 성경을 믿지 않고 예수를 믿는다…정통파에서는 성경을 우상화 한다…나는 사도신경의 어느 신조도 순종하지 않았다…성경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기록되었다는 것은 유대 사람이 가졌던 견해이다…

현대 청년들에게 ‘웨스트민스터 신조를 믿어’라고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으며 이 성경을 죽도록 보수하며, 이 말씀에 죽도록 충성하려는 고로 그들의 신앙과 신학을 전적으로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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