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는데, 얼마 전 또다시 새해를 맞았다. 매번 새해를 앞두고 세우는 몇 가지 계획들은 올해도 변함이 없을 듯하다.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어른들 말씀은 빨리 어른이 되고픈 어린 마음을 요동치게 했고, 두 그릇을 먹게 하는 괴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었다. 그땐 왜 그리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아마도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느새 열 손가락으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막상 어른이 됐지만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부모님이나 선생님, 여타의 어른들의 보살핌의 범주 안에 있을 때가 정말 좋았던 시절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인생길을 먼저 걸어온 그들의 충고와 권면을 나도 이제는 어른이랍시고, 무시하거나 외면하기가 일쑤였는데, 그저 나이가 찼다고 어른 행세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 자신이 가진 힘과 명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던 것도 모자라 그 책임은 떠넘겨 버리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떡국 한 두 그릇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성숙한 인격과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어른으로의 품격을 갖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도 새삼 절감한다.

새해를 맞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 돼버렸지만, 또 다시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서 지난해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언젠가 품격 있는 정말 어른으로서의 모습도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