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달력이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기독교보가 독자들 손으로 들어갈 때쯤이면 12월이 시작됐을 테고, 또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도 쏜살같이 흘러갈 듯하다.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가 지난 수 년 동안 사용했던 다이어리 몇 권을 발견했다. 나의 일상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다이어리에는 총회 행사를 비롯해 취재일정과 메모들, 기억해야 할 가족과 지인들의 기념일은 물론 약속을 비롯해 계획했던 일들까지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매우 열심히 살았다면서, 잘했다고, 셀프칭찬을 할 순 없었지만 나름대로 낙제점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셀프위로를 했다.

하지만 일정이나 기념일 메모가 전부였던 월별 메모란을 지나 그때그때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감정들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을 다시 읽으면서는 약간 부끄러웠다. 꼬맹이 그림일기로 시작해 일기쓰기 상도 받았던 초등학교 때를 지나 사춘기 반항심 가득한 중학교와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감성 터지는 여고생 시절까지, 나의 일기쓰기 역사는 꽤 오랫동안 계속됐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바쁘다는 핑계와 귀찮음으로 오래전에 중단됐다.

그러다 지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적어두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전부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다이어리 속, 나의 일상은 아쉬움이나 그리움, 고마움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이성적 생각 없이 오직 내 감정에만 충실한 누군가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평온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사함 대신 지루함과 짜증스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이제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흐르면 또 새해가 되고, 2016년도 다이어리는 과거가 될 것이다. 올해 다이어리 속 일상도 여전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처음 생각했던 의미를 다시 기억해 보려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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