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교회 숲에 간벌 작업을 했다. 만 평이나 되는 넓은 산에 야심차게 구상한 대로 숲길을 절반이나 내었다. 숲속 여기저기에 잡목들이 빽빽하게 뒤엉켜 있어 탐방객들의 보행안전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우거진 곳에 여러 갈래의 오솔길을 내었더니 산책하기가 훨씬 좋아졌다. 나무 사이로 공간이 넓어져 맑은 하늘이 환히 보이고, 큰 나무 사이로는 바람이 시원하게 통과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전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향기와 서늘한 음이온의 세례를 어디서나 쉽게 체험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숲에 늘 가득했던 노랫소리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고 시골에서 떠들이새라고 불리는 직박구리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앗긴 모양인지 그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쉴 새 없이 새끼한테 먹이를 물어 나르던 어미 새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생태환경의 변화로 인해 새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숲이 사라지자 어느 날부터 숲을 감도는 고운 숨결을 쉬이 느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교회라는 큰 숲도 많은 환경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80세 이상 인구가 2020년에 188만 명, 2040년에 510만 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같은 기간 10대 인구는 473만 명에서 404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는 교회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10대 인구 감소로 교회학교 인구도 줄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인 3명 중 1명은 출석 중인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다는 슬픈 결과도 발표되었다. 교회를 왜 떠나려고 하느냐를 물었더니 이유는 다양했다. 예배 문제, 전도 강요, 교육훈련 부재, 목회자 문제 등 그 이유는 세대마다 달랐다.

한국교회는 저성장 기조에 발맞추어 일찍부터 교회학교 위기를 외쳤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쏟아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교회 내에서도 물질과 음란, 세속의 영이 아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들을 사로잡고 있다. 스마트폰에 의한 폭력, 음란물, 게임에 대한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교회의 작은 숲인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죄를 짓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가 주일학교 교육보다 장년 목회에 더 관심과 투자를 하다 보니 교회의 작은 숲의 주인공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머리카락 잘린 삼손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교회는 세상을 향한 복음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가나안 교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대선기간 동안 늘어난 가짜뉴스처럼 교회 안에도 가짜 복음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명문대학에 진학한 후 돈 많이 버는 직장을 얻고 영화배우 같은 배우자와 결혼하여 아프지 않고 잘 사는 게 축복이라고 외쳐대는 가짜 복음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럽의 많은 젊은 세대가 통째로 교회를 떠났듯이 한국교회의 작은 숲도 곧 그런 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고대 로마 전략가인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교회의 주일학교는 작은 숲과 같다. 다시 이 작은 숲에 꾀꼬리 같이 노래하는 주일학교 아이들이 가득하도록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고 실천 가능한 대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 모두를 고려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봄철이면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와 황사보다 더한 영적인 미세먼지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기에 이와 같은 가짜복음을 걷어내려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우리의 차세대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

올 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기념사업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칼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유럽의 개신교 유적지 탐방도 줄을 잇고 있다. 교단별로 학술회의를 통해 그 역사적 배경과 개혁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거대신학포럼도 작은 현실로 구체화가 될 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다시금 작은 숲인 교회의 주일학교가 회복되려면 말씀 중심과 교리의 반복, 성경공과의 질 높은 콘텐츠, 디지털 미디어 세대에 대한 인식, 교사의 구령 열정과 투명한 리더십,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 되는 비전 등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이라는 교회의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비록 전력에서 크게 밀렸지만 아군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비전을 부하들에게 앞장서서 보여 주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임전무퇴의 기상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때이다. 왕이신 하나님이 지금도 교회와 함께 하고 계시기에 주일학교가 암담한 환경과 힘든 상황 속에 있을지라도 여전히 소망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라는 숲은 늘 풍요로운 노래로 우리를 감싸주는 아름다운 울타리이고 보물창고이다. 다시 한 번 교회의 숲 속에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널리널리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 이 작은 숲들이 하나님의 햇빛을 무럭무럭 받아 복음의 울림을 이어받고, 결국은 모든 것을 품어주는 힘 있고 따뜻한 주님의 숲으로 자라게 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