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란 의미다. 스페인의 투우장 한쪽에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구역이 따로 있다.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이다. 소는 투우사와 혈전을 벌이다가 쓰러질 만큼 지쳤을 때 바로 이 구역, 피난처 퀘렌시아로 달려간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힘껏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기운을 되찾으면 다시 나가서 계속 싸운다.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을 모을 수 있고 쉼을 가질 수 있는 피정의 공간이라면 그곳이 바로 회복의 퀘렌시아. 오늘 우리에게는 퀘렌시아가 너무나 필요하다. 너무 많이 영육이 피곤하고 지쳐있다. 온 국민이 모든 영역에서 탈진 상태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내외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와 긴장 속에 살고 있다. 탄핵정국후의 새 정부 구성을 위한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마다 자신들이 적임자라며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정책들이 얼마나 실현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더욱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기진맥진하게 하는 것은 대선후보자들 끼리의 흠집 내기, 네거티브 선거전이다. 솔직하게 우리는 흠이 없는 완벽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국민들과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어루만져 주는 지도자를 원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상당한 민주주의 의식과 더불어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상대방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 주어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고자 하는 미성숙한 모습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분열된 국론을 추슬러 하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이제는 국민들이 마음 놓고 모든 것을 정치에 맡기고 자기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피로감으로 찌든 마음들이 재충전을 받을 퀘렌시아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발사와 제6차 핵실험 준비소식도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주변 국가와 더 나아가 모든 지구촌의 걱정꺼리며 큰 위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 앞에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항공모함과 핵 잠수함 등의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에 집중해 보지만 뚜렷한 해법이 되지 못하고 갈등과 긴장만 높아가고 있다. 한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을 사전에 격추시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사드(SSAD) 배치를 코앞에 두고 중국은 초강수의 반대 입장과 더불어 반한의 여론을 부추겨 관광과 수출입을 제한하는 일을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다. 내외적인 이러한 우환을 다시 우리의 국력을 재충전하고 결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에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우리의 힘을 키우고 굳건한 결속력으로 어떤 도발에도 응징할 수 있는 자주국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위기는 호기라는 말이 있다. 북한의 위협이 위기가 아니라 우리가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현실적 안주가 위기 중에 위기이며 이런 인식조차 없는 우리의 의식부족이 큰 위기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정신적 안정을 찾고 다시 재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길만이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다. 오늘의 위기를 충전된 힘으로 결집하여 통일 조국과 부강한 나라를 세우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

20세기를 맞이하면서 한국교회도 큰 위기를 맞이했다. 교회는 점점 쇠퇴하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맛 잃은 소금과 같이 되었다. 더 이상 매력 없는 공동체로 전락했다. 이러한 위기 탈출의 해법은 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으로 다음세대에 신앙을 변함없이 전수하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발상의 전환)가 요구된다. 지난 반세기의 교회 부흥기의 패러다임으로서는 한국교회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교회는 점점 고사되어가고 있고, 다음세대가 끊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외형적인 것을 키우는 사역에 치중하면 구라파 교회처럼 교회당 문을 닫는 일이 순식간에 진행된다. 교회들이 복음전파를 위해 수평적 전도와 선교 그리고 제자 삼는 사역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우선적으로 수직적인 제자 삼는 사역 즉 자녀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고 키우는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도 수평적 전도와 선교 사역에만 치중하고 다음세대와 자녀들을 위한 사역에는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회와 교회가 서로 연합하여 가정 살리는 문제와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위한 대안학교와 말씀 전수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 평안함과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안식할 수 있는 퀘렌시아가 필요하다. 외적인 의미의 퀘렌시아가 아니라 마음과 정신과 영혼이 함께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 사회, 군사, 경제, 문화, 복지 그리고 교육 등 내실이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실천이 병행되어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일을 위해 재정비되고 충전할 수 있는 내실이 있는 은밀한 공간 확보와 힘들고 고달픈 순례자의 길에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안식과 샬롬이 있는 교회 공동체와 민족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