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의 연계교육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연계교육은 양 기관이 학문적 역량과 경건의 능력을 갖춘 교회의 지도자를 배출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부합하는 학제이다. 물론 연계성 문제는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한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신학대학원이 미국의 신학교육제도만 생각한다면 이런 연계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본 교단의 신학교육은 초창기부터 학부교육에서 예비신학과정을 시작하는 제도를 갖고 있었다. 이 과정은 중세시대부터 현재 유럽의 개혁교회로 이어지는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학부에서부터 신학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한다면 먼저 목사직이 전문직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목사직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직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학부전공과 무관하게 신학대학원에서 3년만 교육받고 전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교단과 우호관계에 있는 캐나다개혁신학대학원의 경우, 그 학교는 신입생을 받을 때 대학에서 헬라어 2, 히브리어 1년을 이수한 학생을 선발해서 4년 동안 교육시킨다(라틴어는 권장 과목). 그 신학교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따라서 학부는 없지만 입학할 때부터 그들에게 학부의 선수과목을 요구하고 그들이 개혁교회의 목사가 되는데 필요한 과목을 철저하게 교육한다. 그 학생들은 입학할 때부터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에 기초해서 신학체계가 대체로 잘 잡혀있고, 사명에 투철한 학생들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목사가 되려는 학생은 학부에서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성경언어와 신학기초과정을 공부하고, 또한 경건의 훈련을 충분히 받아서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직업에 소명의식이 요구되지만 목사에게는 그것이 제일의 덕목이 되어야 한다. 이 소명은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받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학부과정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학의 신학과는 학생들이 자신의 소명을 향해서 잘 달려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 소명을 생활과 학문에서 확인하도록 지도하는 과정이다.

학부에서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날개를 단 듯이 비상해야 하겠지만 수십 년 동안 신대원의 신학교육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학부출신 학생이 잘 준비되지 못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연계교육이 잘 되지 않아서 신대원 교육이 그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탓이 크다. 교육에는 동기부여가 제일 중요한데 학부출신 학생들이 동일과목이나 유사과목을 수학하는 경우, 그 과목에 대한 기대감이나 신선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교회에도 손실이 될 것이다. 이상적인 신학교육을 위해서는 학부와 신학대학원의 공동교육과정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학부출신 학생들이 신학대학원에서 10학점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동일계로 4년 공부한 것을 신학대학원에서 10학점을 인정받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일반대학과 같이 동일계의 경우는 수학연한을 줄여주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법을 잘 검토하여 그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의 유수한 대학에서는 학부출신의 우수한 학생을 박사과정에 바로 유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멈추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수학기간을 단축하려면 신학대학원에서 해당 학생들의 수준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처럼 같은 과목을 피해서 다른 과목을 배워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생이 선택할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학대학원의 수학연한을 조정한다면, 학부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은 2년 만에 목회학과정(M. Div)을 마치도록 하고, 학생이 원한다면 1년을 더 수학하고 신학석사과정(Th. M)을 마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되든지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 동안 연계교육을 위해서 양 교육기관과 총회나 이사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신학교수들의 소극적인 태로도 인해서 번번이 무산되었다. 이번에 취임한 신원하 신학대학원장이 신학연계교육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을 적극 환영하며, 이 기회에 연계교육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잘 해결함으로써 고신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학교수는 우선적으로 교회를 섬길 인재를 효과적으로 교육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 큰 명제 앞에서 소속기관이나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신학교육에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면 과감하게 바로 잡는 것이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이 건강한 교육기관으로 자라는 길이고, 그 혜택은 교회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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