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신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며칠 전에 최근 미사일 발사를 도발한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 그는 이성적이 아니다‘(He is not rational' 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북한의 김정은만 이성을 잃어버린 것일까?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 은퇴한 하웃즈바르트가 그의 책 현대 우상 이데올로기에서 유명한 역사가 하위징가가 세계대전이 한참인 1935년경에 우리는 광적인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비록 50년이 지났지만 그는 당시(1980년대) 세계 역시 광적이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가 말하는 광적인 세계는 말 그대로 몰()이성에 의해, 테러에 혈안이 된 이데올로기에 의해,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우상에 의해 지배를 받는, 마귀가 그 배후에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인간이 만든 우상 중에 대중혁명, 경제성장, 민족주의 등을 손꼽았다. 그리고 우상이란 비록 목표가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정당화시킬 때 생긴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은 다음의 질문에 잘 나와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우상을 숭배하면서도 그것이 하나님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는가?”

다시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의 말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즉 우리도 그때처럼 광적인 세계에 살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작년 11월 이후 대통령 탄핵정국을 숨 가쁘게 지나왔고 이제 곧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과연 이성적으로 행동하였을까? 혹시 우리는 무의식 중에 여러 우상을 만들어놓고 이를 숭배하며 광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을까?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위해 광장으로 나가고, 심지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며 시위한 것이 과연 이성적이었을까? 그 집회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언급하고, 교회와 기독교단체에서 공적으로 교인을 시위에 동원하고 부추긴 것은 또 어떠한가? 나아가 교회 강단과 공중기도에서 탄핵정국과 관련하여 우리는 어떻게 말하였는가?


오랜 전에 톰 크루즈가 열연한 영화 어 퓨 굿 멘’(A Few Good Men')을 보았다. 미국 해병대에 갓 입대한 한 사병이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다른 두 병사가 지휘관의 지시로 그를 기합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의 책임자를 찾는 내용의 영화이다. 나는 거기서 명예를 목숨보다 더 중시하는 미국 해병대의 신조를 접하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그 신조는 다음 순서에 잘 나타나 있다: 부대해병하나님조국. 나는 그들에게서 하나님보다 조국이 더 상위에 있는 것을 보고 미국의 시민종교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독교 신앙은 위대한 조국, 아메리카를 위한 것에 불과하였다.


혹시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번 일을 대하면서 하나님보다 나라와 조국을 먼저 앞세우지는 않았을까? 물론 우리는 조국과 민족을 사랑해야 한다. 또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조국이 하나님보다 상위의 자리에 차지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상이라 할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 본 훼퍼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광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중에 중심이신 그리스도라는 강의에서 그리스도라는 직선의 중심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우상이라고 하였다. 고상한 사상이나 심지어 조국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 사람은 평소 권위주의와 서열주의의 힘에 억눌려 있어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선호하는 정치인을 통해 이를 대신하려다 보니 정치에 열광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럴지라도 교인들이 교회에서 시국을 화제로 과도하게 언쟁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저런 열심으로 하나님나라를 구하고 진리와 영생, 예배를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심지어 공예배의 대표기도에서 예배지침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와 자복 후에 간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감사와 자복도 없이 또 예배보다 먼저 나라를 위해 애절한 간구를 할 때는 한편으로 이 나라 상황이 얼마나 안타까웠기에 그렇게 했을까 이해를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며칠 전에 있은 네덜란드 총선 결과이다. 작년 여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시작된 포퓰리즘(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행태) 바람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의 당선으로 태풍으로 변했고, 이 태풍이 다시 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휩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유럽인을 짓누르는 차에 총선 직전까지 반 이슬람 반 이민을 주창하는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패배하였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두고 현 네덜란드 총리는 그릇된 포퓰리즘은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민주의의 승리라고 축하하였다.

어떤 상황에도 오직 그리스도가 만물의 주요 교회의 머리이심을 고백하며 우상을 경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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