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하 목사(산성교회)


목사는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목사는 설교가 얕고 가르칠 것이 없으며 생각도 빈곤하다. 그래서 공부하지 않는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의 교인들은 영적인 영양실조에 걸려서 비실거린다. 목사는 공부하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는 사람이다. 목사의 주 임무는 설교인데, 설교를 잘 하려면 공부가 필수이다. 교인들은 부실한 설교를 금방 알아차린다. 이는 마치 우리가 형편없는 음식을 금방 아는 것과 같다. 게다가 목사는 평소에 말과 행실과 사상으로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사람인데, 공부하지 않는 목사에게서 무엇이 나오겠는가?


그래서 목사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매주일 강단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이 담겨 있는 설교를 할 수 있기 위해서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예수님을 믿은 지 어느 정도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설교, 지식과 논리와 체계를 갖추지 않은 설교를 해서는 안 된다. 교인들로부터 우리교회 목사님 설교에는 들을 것이 없다는 소리가 들리면 목사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가? 그러니 제발 그런 소리를 듣기 전에 공부에 매진하자. 공부를 많이 한 목사는 성경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고 풍부한 신학적 소양과 치밀한 논리를 갖추기 때문에 그의 설교가 푸짐하고 알차며 받아들일만하다.


그렇다면 목사가 어떻게 공부할 수 있겠는가?

첫째, 독서를 통해서 공부할 수 있다. 대부분의 목사들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지금 자신의 책장을 바라보면서 이 책들을 얼마나 읽었는지 혹은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책 살 돈이 없어서 책 못 읽는다고 말하지 말라. 새 책을 자꾸만 사려 하지 말고 있는 책들 중에서 좋은 책을 꺼내어서 읽으라. 지난 일 년 동안 한 번도 꺼내어 보지 않은 책들은 앞으로도 꺼내어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차라리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라. 부디 지금 가지고 있는 책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기 바란다.

그런데 목사는 책을 많이 읽되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목사들이 세속적인 성공주의와 번영주의에 빠져서 깊은 신학적 성찰이 담겨있는 묵직한 책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우려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성공과 번영과 출세를 부추기는 통속적인 책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사상체계를 어지럽히기에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마치 불량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 좋은 것과 같다. 읽을 만한 좋은 책이란 고전적인 책을 포함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그런 책은 당장 재미가 없을지 몰라도 결국 큰 도움을 준다.


둘째, 동료 목사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공부할 수 있다. 주위에 있는 목사들과 교류하면서 성경을 공부하고, 신학을 연구하며, 독서토론회를 가지는 것은 아주 유익하다. 가급적 빨리 공부 모임을 만들기를 바란다. 함께 공부하는 것은 실력과 기량을 증폭시킨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미처 몰랐던 내용들을 많이 배운다. 목사들이 공부 모임을 가지는 것은 교회사에 그 실례가 너무 많은, 즉 이미 충분히 검증된 공부 방법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수많은 훌륭한 목사들이 공부 모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런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신학적으로 혹은 성향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것이며, 또한 지적인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색깔이 다르거나 성향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교재 선정이나 방법 설정에서 갈등을 느낀다. 그리고 뛰어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있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고 모임의 재미도 떨어진다. 또한 숫자는 7-8명 정도가 적당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이면 좋겠다.

셋째, 목회대학원과 같은 모임을 적극 활용하여 공부할 수 있다. 목사들 중에서 신학생 시절에 공부를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필자를 포함하여) 이는 그때에 공부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거나 혹은 여러 힘든 여건으로 인해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회를 하면 할수록 공부할 필요를 많이 느끼며, 또한 공부할 수 있는 여력과 여건이 생긴다(물론 그렇지 않은 목사들도 많지만). 그래서 신대원을 졸업한 후에 학위과정이나 각종 세미나에 등록하여 공부하는 목사들이 제법 있다.

특별히 고신교회는 여름과 겨울에 목회대학원을 개설한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개설되는 모든 신학공부 프로그램 중에 가장 알차고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이 프로그램에 많은 목사들이 등록하여 공부하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일이다. 오랜 만에 다시 신대원에 모여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동료 목사들과 교제하며 또한 목회를 점검하고 앞날을 설계하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이를 위해서 교회(당회)는 목사에게 시간과 재정을 허락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필시 목사의 공부는 교회의 유익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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