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SNS 덕분에 오래전 헤어졌던 동문들이 다시 교실에 모여 얘기하듯 한다. 같은 학과를 다녔던 신앙 친구들이 밴드를 만들어서 서로 격려하니 옛정이 새롭고, 여전히 신앙으로 열심히들 사는 모습을 나누니 든든하다. 그런데 최근에 밴드 안에서 사고가 몇 번 났다. 원인은 단 한가지였다. 정치이야기 하다가 사단이 난 것이다.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의 글이 올라오면 거기에는 날선 비난이 가해지고 때로는 인격 모독적 야유까지 더해진다. 그동안 형 동생 하며 훈훈한 기운이 어느덧 싸늘한 전쟁터의 분위기가 된다. 기독교인도 그러한데 일반인은 어떠하랴? 부모자식 간에도 정치성향의 차이로 마음이 상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 정치 이야기만 하면 우리는 그렇게 죽어라고 싸우는가? 또 하나 죽어라고 싸우는 게 있는데 교회문제이다. 세상에서는 술 한 잔 하면서 풀기도 할 문제인데, 교회에서는 해결도 잘 안 되고 오히려 갈등이 확산되어 당을 짓고 세상에 비웃음이 되도록 싸운다. 왜 그렇게 정치문제와 교회문제는 죽어라고 싸우는가? 이 문제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

먼저 교회문제부터 생각해보자. 교회문제는 신앙문제, 진리문제라고 생각을 하기에 분쟁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생각이 믿음과 진리 안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니까 양보가 되지 않는다. 교회문제로 분쟁하는 사람은 대부분 믿음생활에 열심이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생각이 옳고 하나님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더 많이 봉사하는 사람일수록 그 확신이 더 강하다. 문제는 상대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단은 이런 착각들을 노려서 두 사람(당파) 다 교회를 파괴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과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는 교회문제라고 다 신앙문제, 진리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많은 갈등들이 그냥 관리, 행정, 문화, 예의, 법률, 건축, 회의진행 등과 같이 세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과 같은 것일 뿐이다. 그걸 신앙, 진리, 양심 문제로 비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자신의 생각이 옳고 하나님은 자신의 편이라고 단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누구보다도 교회를 사랑하고 위한다고 하고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그래서 자기가 옳다거나 하나님이 자신의 편이라는 보장은 없다. 교회를 사랑하는 것, 교회를 위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하나님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하나님의 편이 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해야 한다. 겸손하다는 것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다. 하나님은 겸손한 사람을 가까이 하신다. 분노하는 마음 대신에 통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은 통회하는 자의 마음에 계신다. 복수하거나 싸우고 싶은 욕구 대신에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기도해야 한다. 분쟁을 하고 있으면 제일 안 되는 것이 기도이지만, 그래도 기도하면서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은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신다. 그 사람을 통해서 분쟁도 화평으로 바꾸어주시고, 교회문제를 아름답게 마무리해 주신다.

이제 정치문제를 생각해보자. 정치라는 것은 이념(ideology)에 뿌리를 내려고 있는데, 이념은 개인들에게는 신념으로 작용을 한다. 그러니까 정치문제가 사람들에게 곧잘 신념문제, 신앙문제, 진리문제가 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념은 보통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기의 이념에 속한 사람의 행동은 모두 옳다고 하며, 반대편에 속한 사람이 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이념은 가끔은 바뀌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번 정해지면 죽을 때까지 간다. 노련한 정치꾼들은 이익을 위해 협상이라도 할 줄 알지만, 일반사람들은 이점에서는 타협할 줄도 모른다. 우리 그리스도인도 그런 정치편향에 빠진다면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 아닌 것을 섬기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먼저는 이념은 이념일 뿐, 정파는 정파일 뿐, 사람은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하나님나라와 예수님을 제외하고 그 어떤 이념과 사람도 완전하지 않고 약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나름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정치적 견해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장점이 있으면 따르는 위험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다. 다만 우리 그리스도인은 좀 더 성경과 양심을 따라 사안별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는 나 자신의 이념이나 의견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자동적으로 옳다는 보장이 없다. 대부분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문제들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이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의견은 가질 수 있지만 절대화하지는 말아야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는 우리는 복음을 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 특히 목사의 말은 듣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말로 들리게 되는데, 어느 한쪽의 정치성향을 강하게 나타내면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것은 말씀에도 해를 끼치는 것이고, 복음에도 방해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오직 예수님을 위해서 죽어라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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