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마트가 올해 24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점포를 내지 않기로 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더 이상 신규 점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를 선호하겠지만 대형마트 자체는 더 이상 증설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대형마트는 소비자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다.

이마트가 내린 결정은 변화된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 교회에도 영향을 어떤 식으로든지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판단에서 비추어 볼 때 대형교회의 숫자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충분한 대형교회들이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땅값과 건축비로 인하여 재정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이 있어서 대형교회당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도 엄청난 관리비용이 요구된다. 교인들의 헌금 중 상당한 부분이 건물 관리를 위해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교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대형교회가 신자들에게 영적인 만족감을 이전과 같이 계속 줄 수 있을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 여의도에 100만 명의 성도들이 모여서 집회를 개최한 적도 있었다. 서울의 유명 강사가 지방에 오면 수만 명이 모이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대형집회는 거의 불가능하다. 성도들의 믿음이 없어지거나 약해진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대형화 시대가 저물어 가는 오늘날 고신에 속한 교회들은 스스로 성찰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규모가 있는 교회는 교회당을 확장시키기보다 교회의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강화시키고, 청소년들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 들리게 해야 하며, 장년들이 의미 있는 교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의 체질과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교회가 적정 수준 이상 성장하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분립 개척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형교회도 포화상태이지만 작은 교회는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웬만한 곳은 더 이상 개척할 장소를 찾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작은 교회가 존재하고 있다. 불신자들의 눈에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 여러 상점 중에 하나로 비춰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교회는 대형교회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 수많은 작은 교회들이 소리 없이 문을 닫고 있다. 대형화 시대가 저물어 가는 상황 속에서 강하고 튼튼한 작은 교회들을 세워가지 않는다면 고신교회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달리 개척교회가 맨 땅에 헤딩하여 자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예외는 항상 있다. 복음에 대한 열정과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목회자는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당 문을 닫은 이유가 그 교회의 목사들에게 능력과 헌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여유가 있는 큰 교회들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으면 작은 교회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대형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는 교회의 체질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큰 교회뿐만 아니라 미자립 교회 역시 교회 사이즈를 키우기보다, 강하고 작은 교회, 내부 만족도가 높은 교회, 형식적 행사를 지양하는 교회, 권위주의 냄새가 나지 않는 교회, 교인의 회원권이 강화된 교회, 목사와 성도가 진심으로 소통하는 교회, 저비용으로 운영되는 교회, 자녀 교육에 힘쓰는 교회, 예전(禮典)이 살아있는 교회로 바꾸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 목사의 목회적/신학적 역량이다. 목사들은 이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목사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 우리 고신 교회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형화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앞으로 어떤 시대가 올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직면하게 될 상황은 교회로 하여금 근본적인 체질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바꾸었다가 오히려 교회의 부실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근본적인 변화는 근본적인 고민과 근본적인 연구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목회자들이 소그룹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모여서 고민하고 토의하고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고신교회의 앞날은 목회자들이 이런 일을 얼마나 탁월하게 잘 수행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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