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장)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나라 안팎의 사정은 어둡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발전을 하고 사회 곳곳에서 진보를 이루었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면 한국에는 어두운 구석이 여전히 많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당리당략과 이합집산, 거짓과 선동이 판을 치고 있다. 물론 당사자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국가적 위기로 확산된 데에는 한국 사회가 가진 내부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근본 문제

우리나라는 빈부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 계층 간의 위화감, 고용 불안, 청년 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의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이런 것이 현 위기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특별한 문제들이 있다. , 남북 분단과 대결, 이념 갈등 등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에 대한 불만도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작년도 개신교 교인 비율이 전 국민의 19.7%라는 조사 발표가 있었다. 여기에는 물론 이단들과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성도들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숫자이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이 교회에 대해 가지는 인상은 별로 좋지 못하다. 아니,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영향을 많이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대형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며 목회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교회가 이기적으로 변하여 주위 사람들을 돌보는 데 소홀한 것이 근본 문제이다.


초대 교회와 고대 교회의 관행

교회가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약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은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구약 성경은 고아와 과부, 나그네들을 돌볼 것을 강조하였으며, 3년에 한 번씩 특별 십일조를 내어서 이들을 돕도록 하였다(26:12). 예수님도 갈릴리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 여인들, 병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시고 돌보셨다. 초대 교회는 구체적으로 공동식사(애찬)를 통해 가난한 자 구제를 실천하였으며 이것이 이웃 사랑의 중요한 한 방법이었다(2:42, 46; 4:32-35; 6:1-2 ). 사도 바울도 복음을 전할 때에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을 위한 구제 헌금 모금을 힘썼으며(고후 8, 9; 2:10), 그것을 모아 예루살렘으로 가져가는 것이 그의 사역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15:25-26).

고대 교회는 이런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구제를 실천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교회 재정을 4등분하여, 하나는 교회당 유지 보수를 위해, 다른 하나는 교역자 생활비를 위해, 또 다른 하나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나머지 하나는 감독에게 주어 그 도시(지역) 안의 가난한 자들과 손 대접(나그네와 순회전도자 등)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였다(칼빈, 기독교 강요IV,iv,7-8 참조). 이 마지막 것은 일종의 상회비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지역의 구제와 복지, 전도비로 사용된 것이다. 따라서 구제와 복지, 전도를 위해 사용된 것이 교회 재정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재정이 회개해야

이렇게 교회 재정의 많은 부분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동안에는 교회가 세상에 빛을 비추고 계속 발전하였다. 그러나 차차 교역자들이 사치하고 교권화 되고 가난한 자 구제를 소홀히 하게 되자 이슬람이 일어나서 광풍처럼 중동을 휩쓸었다. 여기에는 구제와 형제애를 강조하는 이슬람의 행함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교리 싸움과 교권주의에 실증을 느낀 사람들이 구제와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이슬람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과연 주위의 가난한 자 돌보는 것을 힘쓰고 있는지 물어 보아야 한다. 과연 교회 재정의 몇 퍼센트를 구제에 사용하고 있는지, 몇 퍼센트가 교회 밖 사람들을 위해 지출되고 있는지를 질문해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는 부끄러운 수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자기 교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니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지금이라도 돌이켜 구제를 힘써야 한다. 교회 주위의 저소득층과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데 힘써야 한다. 재정이 회개해야 진정한 회개가 된다. 말로만 회개하지 말고, 또는 회개한다고 기도만 하지 말고, 실제로 재정이 회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나누는 교회가 될 때 교회는 진정 세상의 빛이 되고 우리나라는 밝은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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