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목사/서울중앙교회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 있는 루비 켄트릭(Ruby R. Kendrick) 선교사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만일 나에게 1,000번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칠 것이다”(“If I had a thousand lives to give, Korea should have them all”).


미국 텍사스 남감리교회 파송 선교사로 1907년 9월에 조선에 도착하여 8개월의 짧은 사역을 하고 25살의 나이에 죽었던 켄트릭 선교사는 고향의 부모님께 그녀가 경험한 한국교회 교인들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복음을 듣기 위해 20km를 맨발로 걸어오는 어린 아이들을 보았을 때, 그들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오히려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작은 씨앗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 땅에 저의 심장을 묻겠습니다. 이것은 조선을 향하는 저의 열정이 아니라, 조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한국교회의 말씀을 향한 열정은 선교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곽안련 (Charles A. Clark) 선교사는 초창기 한국교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국교회가 이룩한 모든 성공의 저변에는 성경 공부에 대한 집중적인 강조가 있다. 평양시에서는 주일 아침 각 교회에서 3개의 주일학교가 열린다. 오전 8시에 남성을 위한 주일학교, 오전 9시 30분에 어린이 주일학교, 정오에 여성들을 위한 주일학교이다. 각 경우마다 참석인원이 교회를 가득 메운다. 설교가 있는 예배는 오후 2시에 드려진다.”


초기 한국교회의 시작과 부흥, 교회의 모든 사역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성경공부를 통해 교인들은 갚을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깨닫고 체험했습니다. 십자가의 은혜와 사랑을 깨달은 교인들의 신앙은 하나님의 은혜의 터 위에 굳게 뿌리를 내렸고, 그 어떤 핍박과 박해에도 굴하지 않는 “예수쟁이”가 되었습니다. 식민지라는 소망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신분, “예수쟁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거룩하고 경건한 삶을 살았습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초대교회의 아름답고 경건한 모습처럼, 한국교회 초창기의 교회의 모습, 교인들의 삶은 가난하고 소망 없는 백성들에게 참 위로와 소망을 주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었습니다.


1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회의 모습, 우리의 신앙의 자태는 어떠합니까?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의 주일학교의 통계 자료(2014년)는, 통합교단 뿐 아니라 현재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통합교단 소속 전체 8,383개 교회 중에 50% 이상이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등부가 없는 교회가 48%, 중등부가 없는 교회가 47%, 초등부 (4-6학년)가 없는 교회가 43%, 유년부 (1-3학년)가 없는 교회가 47%, 유치부가 없는 교회가 51%, 유아부가 없는 교회가 77.4%, 영아부가 없는 교회가 78.5%입니다.” 우리 고신 총회에 속한 교회들 중에도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인 영아부, 유아부, 유치부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주일학교의 약화는 단순히 주일학교의 숫자의 감소라는 문제 이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의 “한국 기독교 선정 2015년 10대 이슈 및 사회의식 조사”는 주일학교의 감소 이면에 숨어있는 우리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설문조사는 크리스천 학부모 244명 중 절반가량인 46.4%가 “예배와 학원 시간이 겹칠 때 학원에 보내겠다”고 답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예배보다 학원이 우선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57.4%가 교회 안수 집사나 장로인 교회의 중직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주일학교의 숫자가 줄어드는 문제 이면에는, 십자가와 구원의 은혜에 대한 무감각,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배신, 믿음으로 살아가려는 열정의 퇴색이 우리 안에, 교회 안에서 세력을 얻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회를 무너뜨리는 적은 내 안에 있는 탐심, 우상숭배입니다. 하나님보다 세상을 먼저 추구하는 우리의 욕심과 염려가 우리 자녀들을 하나님으로부터 등지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의 생명입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깨달은 교인은 세상의 풍조와 문화를 거슬러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1950년까지 한국교회는 전체 인구의 3%도 되지 않는 미미하고 가난한 교회였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있는 교회, 십자가의 은혜에 감격하여 살아가는 교인들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교인들을 향해 “예수쟁이”라고 불렀을 때, 그 말 속에는 비난과 조롱 뿐 아니라 인정과 존경하는 마음이 함께 있었습니다.


종교개혁기념일이 있는 10월에, “예수쟁이”로 충만한 교회되는 은혜를 주시기를 간절히 구합니다. 세상으로부터 “예수쟁이”라는 말을 듣는 불쾌함과 기쁨을 함께 누리는 교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가 소금의 짠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져 밟힐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세력을 얻을 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거룩하고 구별된 교회가 됩니다. 종교개혁자들의 기도처럼, 하나님의 말씀으로 항상 변화하는 교회, 한국교회 초창기의 아름다운 신앙의 자태를 회복하는 교회되기를 간구합니다. <김진영 목사/서울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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