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11, 선이민국가인 호주를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향후 한국 사회 다문화 환경의 다변화 방향과 이를 위한 교회의 준비, 선교적 대응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교사의 관심과 기도를 하나님은 기억하시고 안식월 기간을 호주로 인도하신 것이다. 호주는 2011년에 잠시 들렀던 당시에 비해 상당히 역동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때에도 시드니 중심가에는 인도, 중국인들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더 많고 다양한 이민자들로 북적이는 모습과 그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호주 인구는 약 2,536만 명으로 이 중 해외 출생이 30%에 달한다. 한 두 세대를 더 올라가면 50%가 넘는다고 하니 바꾸어 말하면, 현재 인구 2명 중 1명은 부모 중 한 사람이 해외 출생이라는 것이다. 인구성장률이 1.5%(한국 0.4%)인데, 이 중 자연증가는 37.5%(14만 명)이며, 이민유입으로 인한 인구증가는 62.5%(24만 명)라고 한다. 이러한 통계는 호주의 성장이 수용적인 이민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호주 정부는 2008년 포용위원회를 설립해 이주민들의 사회적 포용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차별과 동화를 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등, 사회적 정의, 인권, 자유, 관용, 다양성에 대한 포용 등의 가치를 걸고 구직 과정에 이름과 성을 쓰는 것을 삭제해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일이 그 일례다. 그밖에 하모니 데이(Harmony Day), 난민의 날 등을 만들고, 직장에서도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표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백호주의에서 벗어나 다문화시대에 걸맞게 변화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의 남부지방 선교와 함께 20세기 초 세계 선교의 많은 역할을 감당했던 호주교회는 안타깝게도 여러 곳에서 쇠락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한 교회가 목회자를 모실 여력이 없어 두세 교회가 한 목회자를 모시거나 심지어 한국 목사님이 현지 교회를 담임하기도 하는 등 유럽교회를 닮아가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반면, 이민자교회와 공간을 공유하며 선교 동역자로 기능하기도 했는데, 호주연합교회는 많은 이민자 교회들을 수용하고 도움을 주는 것으로 신학적 포용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수신학으로부터는 거센 비판 아래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국가와 교단을 수용하려는 노력은 다문화시대의 목회와 선교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하겠다. 주목할 만한 일은 대부분의 교단이 다문화사역위원회를 두어 이민자 교회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교단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단 차원에서 배려하고 신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이주민의 삶이라는 것이 참 많이도 닮았다. 한인교회들은 호주 사회에서의 정착, 취업, 비자문제, 언어 습득과 자녀교육 문제, 신앙의 전승 등 이민자들의 공통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고자 고심하고 있었다. 교회에서 자녀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이민 2세대, 3세대의 예배와 신앙교육, 세대 간 격차해소를 위해 One Family Church(시드니장로교회)는 다민족 영어예배를 드리며 이를 선교에 접목하기도 하였다. 한인교회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네팔, 스리랑카 등 다양한 공동체들이 그들의 민족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신앙을 전승하고 있었고, 호주교회와 연계하거나 독자적으로 모임을 형성해 가며, 정착과 자립, 선교 등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선교와 이주민교회의 건설에 교단과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이유도 호주 이주민교회의 이러한 기능과 역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사회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외국 인력의 지속적인 공급과 장기체류로의 전환 등으로 인구의 6.6%가 외국인인 다문화사회로 재빠르게 진입하였다. 이는 기호지세(騎虎之勢)의 상황으로 머지않아 호주와 같은 이민사회에 곧 도달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일부 다문화반대의 외침 속에서도 세계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없이는 경제가 유지되기 힘들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현실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사회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을 더욱 높이고, 교회는 이민자 교회를 적극 양성하고 교단 내로의 수용도를 높여 이민자교회와 협력하고 함께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단 차원에서도 타교단에서 이주민선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같이 이주민선교위원회로 개명(현재 다문화선교위원회)하고 명칭에 맡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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