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교수로 있다 보니 연말이 되면 좋은 부교역자를 소개 시켜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그런 부탁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신대원에 지원하는 숫자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신대원 정원이 120명에서 115명으로 줄었으며 지원자는 정원을 초과하였지만 합격자는 98명에 불과하였다. 아무리 학교 운영이 어려워도 과락제는 유지해서 목사 후보생의 최소한의 자질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교역자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교역자를 청빙하는 것이 어려워 질 것이고 시간이 더 지나면 유능하고 신실한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것은 대도시에 위치한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교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제 부교역자 수급 문제는 전 교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무조건 하나님께서 보내 주시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가 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제대로 된 대안을 세워야 교회를 계속 든든하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부교역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부교역자는 주로 교회의 교육부서를 맡고 있다. 결국 교회 교육은 부교역자의 능력과 자질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회마다 유능하고 신실한 부교역자를 청빙하기 위해서 교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예전과 달리 부교역자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급하니까 아무나 청빙하기 보다는 차라리 기다리면서 성도들이 분담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요즘 젊은 부목사들은 예전의 목회자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이제 바꿀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그들은 옛날과 같이 사례비를 전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먼저 불러주는 교회로 가지 않는다. 생활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에는 적지 않은 젊은 사모들이 직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교역자가 임지를 옮기는 것도 아주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교육에 매우 민감하다. 시골에 있는 교회가 부교역자를 청빙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빙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신대원 동기회마다 단톡방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정보가 공유된다. 예를 들어 어떤 전도사가 교회의 청빙 광고를 보고 갈 의향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그 교회의 홈페이지를미리 확인한다. 단톡방에 질의를 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담임목사는 물론 그 교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기 거북한 것들은 개인적인 메시지로 정보를 전달 받는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교회는 유능한 부교역자를 선발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쉬운 방법은 부교역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이다. 작은 교회라 하더라도 교회의 다른 예산은 줄이더라도 부교역자에 대한 대우는 최고로 해 주어야 그들로부터 문의라도 있을 것이다. 담임목사는 이런 변화된 상황을 인식하고 시간이 들더라도 제직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 변화된 상황에 빨리 적응한 교회가 좋은 부교역자를 청빙할 수 있다. 외부에서 청빙하는 것이 어려운 교회는 본 교회에서 양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다. 남자가 없으면 여자라도 신대원의 여성 지도자 과정(M. A.)에 보내어서 교회에서 교육 간사로 봉사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유능하고 신실한 부목사를 청빙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이 입장이 되어서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필자가 상담한 대부분의 전도사들은 앞으로 담임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목회를 잘 배울 수 있는 교회를 찾는다. 만약 부교역자를 담임목사 후임이나 분립 개척을 위한 후보자로 청빙한다면 최고의 부교역자를 아주 쉽게 청빙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부교역자들에게 본인이 담임이라는 정신을 가지고 목회하라고 말은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실제로 본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요즘 목회자도 고령화되면서 50살 가까이 되어야 담임으로 청빙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젊은 교역자들이 가장 열정적일 때 20년 가까이 부교역자로 지내면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오랫동안의 부교역자 삶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교회는 이제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고통 소리에 교회가 듣지 아니하면, 그 고통의 소리를 가장 옆에서 듣는 교회 안의 청년들이 목회 소명을 외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능하고 신실한 목사를 길러낼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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