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조국, 순교의 피가 뿌려져 있는 대한민국은 지도자들 때문에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혼란 속에서 을씨년스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정가에서는 권력 게임 때문에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고, 교계에서는 목회자들의 탈선과 세습과 교권 다툼 등으로 교회의 권위는 점점 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현실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린 날씨 속에서 경제도 꽁꽁 얼어붙어 있고, 이러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조차도 꽁꽁 얼어 닫혀있는 암울한 세모의 기로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각계각층에서 새로운 지도자, 참 지도자, 신실한 지도자,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래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고,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오늘 이 땅이 부르짖는 핏빛 절규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도자를, 짓궂게도 잘 아물지 않는 상처와 이 아픔을 바로 볼 줄 아는 지도자를, 그리고 이 시대 우리와 더불어 호흡을 함께 할 줄 아는 그런 지도자를 목마르게 찾고 있다. 군중의 소리를 듣되 악용하지 않는 지도자, 군중의 상함을 보되 색안경을 끼지 않는 지도자, 군중의 피폐와 함께하되 결코 감상에 젖지 않는 그런 지도자를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등불을 들고 간절히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보이지 않는 것을 먼저 볼 줄 알며, 모든 스러져 가는 것들에 애정을 부어 주는 그런 지도자가 그리운 것이다. 빛을 갈구하는 자들을 위해 함께 벽을 허물고, 늪에서 허우적대는 자들을 일으켜 세우며, 앞에 열린 탄탄대로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그런 지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성취만을 위해 과속으로 달리지 않고, 과정을 더욱 소중하게 보며, 꼴찌에게도 격려와 박수와 기회를 줄 줄 아는 그런 지도자와 함께 동역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서는 순한 비둘기이다가도, 불의와 부정 앞에서는 성난 사자처럼 그 뿌리를 뽑는 데 영권을 발휘하는 권세 있는 지도자를 대중들은 존경하고 따르며 고락을 함께 한다.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지도자를 선호하며, 생명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하는 지도자를 찾고 있다. 물질보다는 정신세계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인간의 내면세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지도자. 그가 생명 문화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추억에 잠겨 있거나 오늘의 안일에 빠져 있지 않고 내일의 비전을 보여주는 지도자, 그는 언제나 구성원들에게 기쁨을 준다. 받는 것보다 주는 데서 오는 기쁨을, 높아지기보다 낮아지면서 얻는 기쁨을, 소유하기보다 베푸는 데서 받는 기쁨을 우리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는 시시때때로 완전하고 영원하신, 전능자 앞에 단독자로서 은밀하고 깊숙한 교제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나 장소는 차라리 무의미하다. 일심으로, 전심으로, 지속으로 자기 성숙을 위해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참회의 시간을 늘려가야만 하며, 미화하지 않는 참회록을 날마다 몸으로 적어가야 한다. 과장된 전기만을 남기는 지도자, 그것도 생존 시에 화려하게 꾸미는 일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보편적인 상식은 특수적인 진리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이 상식을 소홀하게 여기고 뭉개어 버릴 때 그것은 진리를 배반하는 행위가 된다. 이것을 아는 지도자는 많다. 그러나 그것을 행하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 말에 앞서 행하는 지도자를 우리는 섬기는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부른다. 스스로 종이 되어 남을 섬기는 삶을 말한다. 힘으로 군림하지 않고 허리에 수건을 동이고 대야에 물을 담아 들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는 지도자를 사람들은 존경하고 따른다.


배역이 끝난 무대 뒤에서는 장구한 영욕의 세월과 희로애락의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을 가슴에 고스란히 새긴 채 깨끗하게 퇴장할 줄 아는 지도자에게 우리는 기립박수를 보낸다. 장면이 바뀌었는데도 서성거리고 있는 제스처는 추한 몰골이다. 이 맹랑한 무대를 보고 터져 나오는 관중의 폭소를 환호로 착각하고 더 으스대는 연기는 저질 코미디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무리 많은 업적을 성취 했다 하더라도 큰 역사의 드라마에 한 작은 엑스트라였음을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지도자를 우리는 사랑한다.

일그러진 이 모습 이대로를 넉넉한 가슴으로 안아 주는 지도자, 그가 우리와 함께 있으므로 살 맛 나는 지도자, 그가 어느 하늘가에 있든지 늘 그리워지는 지도자. 진정 이 시대가 찾는 이런 지도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