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7일은 고신총회의 역사에 새 장을 여는 획기적인 날이었다. 고신총회가 지난 67회 총회에서 결의한 전국 노회명칭 및 노회구역설정에 따라 이 날 33개 노회와 2070교회로 역사적인 새 출발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일은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새롭고 비밀한 역사를 하나님의 은혜로 성취해 내었기에 더욱 감사한 일이다.

현재 분열되고 나누어진 한국교회 앞에 자랑할 만한 고신교회의 단합되고 일치된 모습이라고 자부할 만 하다. 더욱이 2014년 많은 아픔과 진통을 겪고 통합한 옛 고려 측 형제교회들을 포함하여 새롭게 노회구역을 설정한 것은 그 무엇보다 더 의미심장하다. 아직도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상태이지만 모든 것이 생소한 고신총회 노회에 함께 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모든 주장과 권리를 내려놓은 그들의 결단과 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새롭게 노회명칭 및 구역설정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사와 기득권을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많은 진통과 회의에 빠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총회임원회를 중심으로 고신총회가 자기를 버리고 대의를 먼저 구하도록 하는 끈질긴 노력과 인내로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을 보게 된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물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지엽적인 문제와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금번에 새롭게 구성된 노회들에서 들려오는 진통과 파열음이 적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노회원 출석명부작성 순서와 방법에서부터, 임원회 구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기에도 여전히 오래된 기득권을 주장하는 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이 언제나 좋은 결말을 맺는 것은 아니다. 좋은 생각이 항상 좋은 행동을 가져오지 않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좋은 생각을 가진 나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겸손과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회원들이 새로 들어온 형제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여 주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넓은 마음으로 우선 배려해야 한다. 기존 구성원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말고, 그들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이신전심의 마음이 필요하다.

어떤 노회에서는 새로 가입한 형제들의 출석호명을 먼저하고 기존 노회원들을 호명함으로 아름다운 일치를 만들어내었다고 한다. 많은 노회에서 새로 들어온 분들에게 노회임원의 직책을 맡기기도 하였다. 언제나 많은 쪽이 작은 쪽을 보듬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세워줄 때 진정한 일치와 화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약한 자가 공평하다 인정할 때 참된 공평이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금번 노회구역설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3년의 유예를 받은 100여개 되는 교회들은 202010월 노회부터는 해당 지역 노회로 돌아가기로 총회가 결정하였고 그들도 약속하였다. 그 이전이라도 해당 교회의 치리회가 결정하면 총회가 설정한 지역노회로 언제든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3년 뒤에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벌써 걱정하고 있다. 만약 3년 뒤에도 이대로 눌려 앉아 있으려고 한다면 노회구역설정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고 말 것이다. 노회의 지역별 구분도, 노회크기의 평준화의 원칙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3년 뒤에 돌아간다는 것은 총회 앞에서 한 공적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총회의 권위와 공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전국 산하에 단풍(丹楓)이 울긋불긋 절정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게 되고, 결국 나뭇잎의 녹색은 점차 사라지면서 다양한 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너무나 화려한 자태 뒤에는 자기희생과 절제의 미덕이 숨어있다. 금번 총회의 노회구역설정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우리도 주님처럼 자기 비움과 자기희생의 길을 가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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