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10.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 1,476일이 종료되었다. 지난해 129일 국회에서 결의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가 인용하는 역사적인 결정으로 92일간의 탄핵정국도 마침표를 찍었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촛불집회도 태극기집회도 종착역에 도달하였다. 불행한 역사가 이 땅에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통찰과 혜안의 복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지지했던 국민들은 헌법적용에 예외가 없고, 민주주의 승리이며,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생각할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지지했던 국민들은 나라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의 표현에 대한 보상이 없는 허탈한 심정으로 또 다른 걱정의 날을 보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반목과 갈등 대립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는 오늘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우리는 아무도 패배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성숙한 시민의식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틀 안에서 충분한 의사를 표현하였고, 국민주권을 법이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 모두는 무조건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고 준수하여야 한다. 여야정치인들은 편가르기를 중단하고 국민들을 더 무겁게 바라보며 국민대통합을 위해 나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며, 교회지도자들은 나눠진 마음과 상처들을 치유하는데 나서야 한다.

이번 탄핵사태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였던 영생교 교주 최태민으로 시작해 최순실로 이어진 국정농단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사이비 미혹의 영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 신분이 돌아옴으로 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불소추 특권이 사라짐에 따라 검찰의 수사도 본격화 되겠지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세력을 이용한 사이비집단의 정치 농단이 근절되어야 한다. 정치인들도 표를 위해서는 이단사이비도 마다하지 않는 야합을 중단해야 하며, 한국교회는 미혹의 영이 다시는 정치권에 근접하지 못하도록 이런 야합을 감찰하고 알려 낙선시키는 감시시스템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권초기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고, 탄핵국면에서도 검찰의 조사와 특검의 조사에 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결국 탄핵인용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헌재 안창호 재판관은 현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규정하며 워터게이트 사건이 문제된 미국 대통령제보다 더 집중된 권력구조라고 말하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한 때라는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때 또 다른 최순실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정국을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정치권에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신의 한 수같은 훈수가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 정치권의 일부에서는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고 그 기간 개헌을 완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1987년 헌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안된 뒤 국민투표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40일이었다. 대선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개헌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임을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이유로 초당적인 개헌이 불가능하다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인물을 선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향후 한미관계와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사드 배치와 소녀상 문제를 놓고 중국, 일본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 3.1만세 운동이 있었던 3월을 지나고 있다. 1940년 한상동 목사와 일부 목회자들이 일제에 항거하며 무척산 산정을 기도처소로 사용하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였던 선배들의 경건한 모습을 따라 기도 끈을 움켜잡아 보자. 어둡고 혼탁하여 시계가 불투명한 시대에 영적인 장자교단으로서 개혁신학의 전통을 수호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택한 백성으로서 순수복음을 확산해 나가며 분명한 지표를 보여 줄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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