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온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의 죽음이 여비서의 성추행 고발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이다. 30여 년 전부터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한 인권변호사였고, 서울시를 ‘여성안심특별시’로 자랑해온 그가 ‘미투(MeToo)’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국민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 일로 인해 8년 8개월의 최장기 서울시장으로 대선까지 꿈꾸던 그의 인생이 하룻밤에 바벨탑처럼 무너져 내렸다. 결국에 자신의 위선적인 삶을 감당할 수 없어 몇 시간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그의 지지자들뿐 아니라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수년간 지속해 왔다는 피해자의 아픔에 깊은 위로를 드린다. 서울시청 안에서의 성추행에 대해서는 앞으로 서울시가 아닌 좀 더 객관적인 주체에 의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고인에 대한 평가도 세상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와 교회지도자들에게도 큰 경고와 교훈을 주고 있다.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만연해온 잘못된 성문화에 대해 과연 교회는 안전한가, 목회자들과 교회지도자들은 떳떳한가 하는 점이다.


교회의 성문화는 성경적인가?


세상은 그동안 페미니즘(feminism)과 ‘미투’ 운동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크게 향상돼왔다. 동시에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와 조기 성애화(early sexualization)와 같은 글로벌 성혁명은 동성애 등 무분별한 성문화의 확산을 가져 왔다. 안으로는 가정과 직장 안에서의 가부장적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고, 밖으로는 n번방 사건 같은 지능적인 성범죄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문제는 세상보다 앞서서 성경적인 성문화의 정착에 힘써야 할 교회조차도 전통적인 유교적 성문화에 만연되어 있고, 거룩함을 생명처럼 지켜야 할 성도들도 세상의 음란 문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남자도 여자도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신 존재요, 독생자의 십자가 보혈로 구속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요 딸이다.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기에 분명한 구별과 차이가 있지만, 차별은 잘못된 것이다.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사역은 2000년 전 예수님의 사역과 초대교회 때나 지금이나 남성보다 못하지 않다. 교회는 비성경적인 유교적 성차별이 교회의 조직구조와 ‘성도의 교제’ 속에서 퇴출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성문화를 실현해 가야 한다. 특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반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교회가 안에서부터 건강한 성인식과 성문화에 세상보다 앞서가야 할 것이다.


지도자의 가면?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차원은 우리의 말과 행동의 두 얼굴이다. 최근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는 성범죄 사건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지도층의 ‘내로남불’과 위선에 우리는 분노한다. 공적인 언행과 사생활이 그렇게 달라도 되는가?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 ‘그루밍(Grooming) 성범죄’라는 새로운 용어가 뉴스에 오르고 있다. 호감과 신뢰의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무서운 범죄이다. 실제로 이단 교단의 어느 목사는 목회적 관계를 이용해 신도 9명을 40여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징역 16년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인천 모 교회의 청년부 목사는 10여 년에 걸쳐 26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벌이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상대방의 신뢰와 존경을 무서운 탐욕으로 배신하는 성범죄는 목회자뿐 아니라 교사와 심지어 부모조차도 빠질 수 있다.


성경은 성령 충만한 선지자였던 다윗왕의 성적인 타락과 그 결과를 우리에게 경고로 보여준다. 동시에 권력형 유혹 앞에서조차도 자신을 깨끗이 지켰던 청년 요셉의 순결한 삶을 모범으로 제시한다. “늙은 여자에게는 어머니에게 하듯 하며 젊은 여자에게는 온전히 깨끗함으로(with absolute purity) 자매에게 하듯 하라. 참 과부인 과부를 존대하라”(딤전 5:2~3). 교회와 교회지도자들은 타락한 시대 속에서도 공적인 언행과 사생활이 일치된 코람데오(Coram Deo)의 영성을 지키며 세상의 기준을 앞서는 거룩한 공동체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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