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혼인식에 주례가 없다니요?

교회 청년의 혼인식에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참석했는데 주례자가 없이 혼인식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자가 혼인하면서 예배당이 아닌 혼인식장에서 하는 것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하는데, 이제는 주례자도 없이 혼인식이 진행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예배형식을 취하지 않고 사회자가 재미 위주로 혼인식을 진행하면서 목사가 중간에 기도만 떡하니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기도하지 않겠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종종 있겠다 싶은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인식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한국문화에서 혼인식은 혼인하는 당사자의 일일 뿐만 아니라 혼주와 친척 전체의 일입니다. 혼인에 개입된 이들이 많기 때문에 혼인하기까지가 너무나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예단문제로 파혼하는 경우도 생기고 말입니다. 혼인식 하기 전에 너무나 많은 신경전을 벌이고, 너무나 많은 싸움을 합니다. 평생에 걸쳐 싸울 싸움의 불씨가 여기서 뿌려집니다.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서툴다는 말과 더불어 혼인을 결코 두 번은 못하겠다는 우스갯말은 혼인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입니다.


신자가 혼인식장에서 혼인하는 것을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식장의 분위기, 그리고 특히 식당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없이 혼인식장을 빌려야 할 형편일 때는 주례자와 상의해서 혼인식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혼인식장에서는 예배형식을 취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식장 안이 말 그대로 도떼기 시장처럼 시끌벅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혼인식장에서 주례를 하면서 당황스러운 경우를 경험했는데요. 혼인식이 2시간 간격으로 예약되어 있었습니다. 혼인식장 쪽에서는 이후의 혼인식 준비를 위해 1시간 안에 혼인예식이며, 사진촬영까지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예식을 인도하는데 주례자님, 멘트가 너무 깁니다,’ ‘주례자님, 말씀이 너무 깁니다라는 말이 적힌 종이가 올라오곤 했습니다.


문화사역에 관심이 있는 어떤 분은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바라하면서 신자의 혼인식을 위한 건물을 짓고 싶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곳에 기독교 그림 등을 전시 하고, 말 그대로 기독교 문화를 선보이기 위한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평생에 한번밖에 할 수 없는 혼인식을 너무나 정신없이 상술에 끌려 다니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혼인식에 참석한 하객들도 혼주에게 얼굴을 비치고 부조를 하고는 바로 식당으로 달려가니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습니까? 로마교회의 경우 혼인식이 성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경을 씁니다. 본당 주임신부가 혼인문서를 작성합니다. 혼인할 이들을 불러서 양쪽이 다 신자인지 확인합니다. 양쪽이 다 세례를 받아야 성사혼이 됩니다. 한쪽이 세례자가 아닌 경우에는 미신자를 관면해야 하기에 관면혼이라고 부릅니다. 그 다음에는 혼인 당사자를 각각 따로 불러서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흥미로운 것이 혼인의 무효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한다는 점입니다. 성교불능장애, 사기에 의한 결혼, 조건부 혼인 등은 혼인 무효의 조건임을 밝힙니다.


우리 기독교회가 로마교회만큼도 혼인식을 합당하게 치루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당회가 혼인식에 관여해야 합니다. 혼인 당사자는 당회 앞에 나와서 혼인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고 그 준비와 혼인식에 대해 상의해야 합니다. 혼인식이 성례라고 보지 않기에 우리가 혼인식이 성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은 하나님 앞에서 신자들이 하나가 되는 거룩한 예식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아름답게, 그리고 단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혼인식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목사의 주례가 없이 혼인 당사자의 지인이 모든 순서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개혁교회에서는 혼인 예식문을 만들었습니다. 장례예식문은 만들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것은 혼인이 혼인 당사자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교회적인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입니다. 주례자가 혼인 예식문을 그대로 읽기만 해도 혼인식의 의미가 온전하게 드러납니다. 당회는 혼인할 당사자들에게 이 혼인 예식문을 공부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 혼인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게 되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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