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바자회는 이유가 있다

장로님! 이건 어디에 놓을까요?” “집사님! 여기 전기 안 들어와요?”

권사님의 목소리에 분주함이 잔뜩 베여있다. 올해도 가을이 깊어지자 경주교회 앞마당은 난전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벌써 20여 년이 지나도록 거쳐 온 연례행사다.

난민돕기바자회를 준비하는 교인들의 섬김은 매년 수천만 원이 넘는 수익금을 남기며 선교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교회 내 여전도회연합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며 섬기고 있는 것이다. 연로하신 회원들의 전도회에서는 비교적 손쉬운 건어물 판매를, 가장 왕성한 전도회에서는 추어탕과 의류 판매를 또 어떤 전도회는 호떡과 어묵을 저쪽에선 호박전, 김치전이 지글거리고 있다. 이에 질세라 남전도회 회원들은 바자회 설비관리와 호객(?)을 책임진다. 이렇게 전교인의 어우러짐이 경주교회 바자회 특징이다.

사실 이외에도 난민돕기바자회의 진짜 특징은 따로 있다. 바자회의 숨겨진 이야기는 모두가 1년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리 소문 없이 그저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키며 바자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교인들은 연중 헌옷을 세탁해서 교회로 가져 오고 의류판매를 담당하는 전도회원들은 다시 수선하고 손을 봐서 정리한다. 어떤 집사님은 1년 동안 도자기를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적립했다가 바자회 때 헌금하신다. 또 모 권사님과 모 집사님은 해마다 바자회에 사용될 야채를 밭에서 길러내신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풀을 메고 거름을 준다. 바람 불면 넘어질까, 비가 오면 물에 쓸릴까, 몹시도 더운 날에는 가뭄에 농사 망칠까 걱정하며 길러낸 야채들을 바자회 준비에 필요한 기관에 그저 헌물하신다. 모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렇게 바자회를 준비하신다.

되는 집은 어떻게든 된다고 하는데 실은 되는 이유가 숨어있다.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경주교회 바자회가 되는 것은 되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밝히지 않는 수많은 성도들의 섬김이 추어탕의 양념처럼 스며들어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섬김들이 가득한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경주교회 바자회에 놀러 한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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