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다시 받으면 안됩니까?

군대에서 집단세례식을 통해 뭣 모르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받아보지 않겠냐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대하고 교회에 출석하면서 세례를 의미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내가 세례를 잘못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세례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았으니 세례를 다시 받고 싶습니다. 그런데 세례는 평생 한번만 받는 것이기에 다시 받을 수는 없다는 말을 듣고 섭섭했습니다. 세례를 단 한번만 받아야 한다고 하는 주장은 세례를 미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속적으로 세례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세례를 다시 받으면 안되냐고 물었죠? 먼저 답을 하겠습니다. 다시 받으면 안됩니다. 아무 생각없이 세례를 받았는데 그 의미를 알았으니 이제 다시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하는데 왜 받아서는 안된다고 합니까? 언급하셨듯이 그것이야말로 세례를 미신적인 예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세례를 다시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례를 마술처럼, 부적처럼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사실, 세례 받은 사람들 중에 구원받지 못할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세례가 성례이기는 하지만 세례받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구원받은 것이라고 말하면 안됩니다. 세례에서 중요한 것은 삼위 하나님의 이름과 그 이름에 담겨있는 온갖 약속입니다. 세례는 베푸는 사람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받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로마교회는 세례의 자동성을 믿기에 긴급한 순간에는 사제가 아닌 일반 교인들도 세례를 베풀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어쨌든 세례를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야 구원받으니까요. 이것이야말로 미신적인 태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유가 다양할 수 있지만 세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총칭해서 재세례파라고 부릅니다. 종교개혁의 분파 중에 한 부류가 바로 재세례파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결단과 믿음을 무엇보다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르니까 세례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유아세례받은 이들에게 다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재세례파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붙여진 딱지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믿음지상주의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먼저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이토록 중요합니다. 침례교회가 재세례파의 후예입니다.


세례를 다시 받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급했듯이 군대에서 세례받으라고 하니까 그냥 세례를 받았으니, 세례가 무슨 뜻인지 알고 난 다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제 세례를 의미를 제대로 알았으니 예전에 세례를 취소하고 다시 세례받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사실, ‘세례가 미신적인 것이 아니라면 다시 세례받는 것을 무조건 거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지금 깨달은 세례의 의미를 가지고 자신이 예전에 받았던 세례를 회상하면 됩니다. 내가 언제 구원받았냐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사람이란 존재가 약합니다. 다시 세례를 받으면 자신의 감정과 체험이 앞서고 하나님의 약속을 뒷전으로 몰아낼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감정을 새롭게 하기 위해 다시 세례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 쉽습니다. 두 번째의 세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 번, 네 번의 세례를 받고자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특별한 체험을 의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영단번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 주셨다는 것을 한번의 세례로 인치고, 그 약속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평생 세례의 의미를 온전히 알지 못한 채 신앙생활 할 것입니다. 그 정도로 세례는 우리가 충분히 알고 다 누리지 못하는 그 무엇이기도 합니다. 단 한 번의 세례를 평생 우려먹고(?) 사는 삶, 그것이 신자의 삶입니다. 세례로 태어난 신자는 세례로 계속 태어납니다. 한 번의 세례가 신자를 평생 새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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