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장례식을 왜 다르게 대하나요?

한국 신자들에게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이 결혼식과 장례식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부조하는 것이 제일 신경 쓰입니다. 내가 받은 부조는 돌려주어야 할 빚이니까요. 그래서 심지어 교회를 떠나고 싶어도 부조한 것이 있어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번에 개혁교회에서 장례식은 가정사로 취급하지만 결혼식은 교회적인 일이라고 적은 것을 보았는데요. 둘 다 교회적인 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왜 결혼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전도서에는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교회가 장례식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로마교회는 결혼식과 장례식을 성례로 격상시켰습니다. 우선, 결혼식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로마교회가 결혼식을 성례라고 보는 것은 결혼을 하나님께서 제정하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의 짝인 하와를 지어서 부부로 맺어주시지 않습니까? 최초의 주례사가 바로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하나를 이룰지로다라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이제 두 사람은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눌 수 없습니다. 로마교회는 결혼의 불가해소성을 강조합니다. 이제는 두 사람을 해소, 즉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로마교회에서 이혼은 절대 금지입니다. 이혼한 사람들에게는 성찬에 참여시키지도 않습니다.


장례식은 어떨까요? 로마교회는 장례식도 성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종부성사(終傅聖事)라고 부릅니다. 병이나 연로함으로 죽을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기름을 발라주는 성례이기에 마지막 도유라는 뜻의 종부성사라고 불렀습니다. 최근에는 병자성사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병자성사, 즉 장례미사도 성례인데 신자의 죽음을 거룩하게 해서 주님께 보내드리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례는 자동성이 있기에 긴급한 경우에는 평신도도 종부성사를 하도록 규정하기도 합니다.


우리 개신교회는 이 결혼식과 장례식을 성례라고 보지 않습니다. 결혼식과 장례식을 무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성례는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신 세례와 성찬에 한정시킵니다. 사실, 결혼식은 목사가 집례해야 거룩해지는 예식이 아닙니다. 장례예식도 목사가 집례해야 고인이 좋은 곳에 가는 것도 아닙니다. 두 예식은 인생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예식이기는 하지만 목사가 집례해야만 거룩하게 되는 예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언급하셨듯이 개혁한 교회는 결혼과 장례를 다르게 접근합니다. 결혼은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시고 허락하셨기에 교회적인 일로 간주합니다. 당회는 결혼 당사자를 불러서 미리 면담하면서 그 결혼이 합법적이 되도록 해야 하고, 더 나아가 결혼할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유지하기를 권고해야 합니다. 동양문화에서는 결혼이 결혼 당사자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일, 더 나아가 가문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혼식이 성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이런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셨다는 의미에서 목사가 주례하면서 예배의 형식을 취해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개혁한 교회는 장례를 가정사로 생각합니다. 신자의 죽음은 귀하지만 그것을 교회가 기리거나 교회적인 일로 치루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그 가족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교회가 위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불러가셨기에 가족이 주도하여 단정하게 장례를 치루는 것이 좋습니다. 이에 반해 동양문화는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루고, 교회가 신자의 장례식을 책임지고 치룹니다. 소위 말하는 교회장(敎會葬)’이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에 우리는 장례식을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교회가 유족을 위로하는 일을 잘 해야 하겠습니다. 고인의 가족들 중에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죽음을 매개로 하여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혼과 장례를 말씀의 원리를 따라 단정하게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주 안에서 하나되는 예식, 죽음 앞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우리를 돌아보는 예식은 성례가 아니지만 교회가 잘 살펴야 할 예식입니다. 결혼식과 장례식을 통해 하나됨이 주님으로부터 오고,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잘 표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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