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예배가 문제라는데요?

한국교회는 대부분 송구영신예배를 합니다. 신자들이 동해로 몰려가 일출을 맞는다든지,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시내에 나가는 것 보다는 예배당에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에 대한 소망을 기도로 아뢰는 것이 좋겠지요. 새해 이브는 철야를 하기도 하는데요.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시간이 다른 날이나 시간들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도 미신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교회역사에서 새해 이브에 철야한 적이 있었나요? 교회가 송구영신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좋겠네요.


송구영신예배에 관해 물어 왔네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1231일이 토요일이네요. 다음 날이 주일인데 송구영신모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송구영신예배는 저녁 10시나 11시에 시작하여 자정이 될 때 마쳐서 다같이 새해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냅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 것이어서 딱 자를 수 없고, 한 해의 시작과 끝이 인위적으로 나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매듭을 지우고 새로운 매듭을 시작하는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언급하셨듯이 세상에서는 새해를 맞는 다양한 행사를 가집니다. 네덜란드에 있을 때 보았더니 폭죽을 터뜨리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정마다 폭죽을 얼마나 많이 사는지 모릅니다. 폭죽을 백만 원 가까이 사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1231일 자정, 11일이 시작되면 폭죽을 터뜨립니다. 전국이 폭죽소리로 가득찹니다. 폭죽 터뜨린 연기로 자욱합니다. 이렇게 2-30분 정도 폭죽을 터뜨린 후에 동네 사람들이 맥주를 한 잔씩 나누면서 새 해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한편, 유럽 사람들은 11일 새벽같이 북해로 몰려가 바다에 몸을 던집니다. 그 추운 바다에 몸을 던지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습니다.


동양에서는 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나라도 동해안의 일출을 보기 위해 신년 이브에 몰려가지 않습니까? 옛날처럼 태양을 미신처럼 섬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 해에 대한 희망을 빌어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만이 아니라 불안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멀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시간에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시내로 몰려나가기도 합니다.


고대에는 절기 전야에 철야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활절 전날에 교회 모여 축하하면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이후에는 주일 전날이나 성인의 날 전날에 철야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풍습은 유대인들의 날 개념, 즉 해가 질때부터 다음 날 해질때까지를 하루로 생각한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밤에 오신다는 생각 때문에 밤에 자지 않고 철야하면서 기도하고 찬송하며 말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탓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의 감리교 운동이 철야모임을 활성화했습니다. 존 웨슬 리가 주도했는데 오후 830분부터 자정이 지난 오전 1230분까지 기도하고 찬송하고 설교를 들었습니다. 신자들의 영성을 깊게 하기 위해 이런 철야기도회를 가졌습니다. 매 주마다 한 것은 아니고 만월 가까이에 오는 주 금요일에 이런 철야모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래야 달빛의 도움을 받아 철야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금식하는 날들이며 특히 연말에 철야기도회를 가졌습니다. 당시 민간풍습처럼 새해를 보고자 하는 소망이 신자들에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해 이브에, 자정에 기도회를 가지는 것이 잘못이 아닙니다. 사람은 시간에 매여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송구영신기도회를 통해 시간 자체가 우리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새롭게 불러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는 것을 새기면 좋겠습니다. 올 해는 새해 이브가 토요일이니 조금 이른 시간에 송구영신기도회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 푹 쉬고 주일을 기쁨으로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주일이 매 주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새로움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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