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주일을 지키는 것이 옳습니까?

성탄절이 1225일인데 주일에 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성탄절은 대부분 주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성탄절이 제일 가까운 주일을 성탄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는데요. 이게 옳은 것입니까? 그렇다면 성탄주일도 있고, 성탄절도 있게 되는 셈인데요. 성탄절이 대부분 주중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중적으로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인가요?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기념하는 절기와 그 외 교회가 정한 특정한 기념주일은 구분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이것에 대해 알려 주시죠.

잘 지적해 주셨네요. 고대교회로부터 내려오는 교회력에 근거한 절기가 있습니다. 그 절기들은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중심으로 정해졌습니다. 한 해 교회력의 시작부터 말해 보자면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의 순서입니다. 주현절은 동방교회의 전통이기에 서방교회에게는 좀 어색하고, 사순절은 미신적으로 바뀌어 갔기에 종교개혁자들이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절기들은 주일을 중심으로 축하합니다. 주일 자체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그 날에 그리스도께서 하신 다른 구속사역도 겸하여서 축하하는 것이지요.


교회절기들은 주일을 중심으로 축하하지만 주중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대림절은 4주일에 해당되는데 네 주간동안 그리스도의 오심을 묵상합니다. 사순절도 마찬가지입니다. 40일동안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기간입니다. 대부분의 절기는 주일에 큰 축하를 하는데 성탄절만큼은 1225일로 정해졌기에 주중에 축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해 놓았기에 신자들이 모여서 축하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날인 승천일(부활 후 40일째)도 공휴일이기 때문에 신자들은 이 날에 모여 그리스도의 승천을 기념하면서 예배하기도 합니다. 주중의 날들도 교회절기에서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기념하는 절기 외에 교회가 정한 특정한 주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삼위일체주일입니다. 성령강림절 다음 주일을 삼위일체주일로 지킵니다. 로마교회에서는 이런 주일을 이념주일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서 발전한 교의들을 경축하는 주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예수 성명 축일, 성가정 축일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렇듯 로마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축하하는 절기와 그것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축일을 구분합니다.


우리 개신교회는 수많은 기념주일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종교개혁기념주일일 것입니다. 개신교회의 시작을 기념하는 주일이니까요. 10월 마지막 주일 말입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곽교회 문에 면죄부를 공격하는 95개조 반박문을 써 붙인 1031일을 기념하는 것이지요. 로마교회 입장에서 보면 그런 기념주일을 지키는 것이 하나된 교회로부터 분리되어나간 가장 뚜렷한 증거로 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복음을 재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복음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각 교단마다, 각 민족마다 다양한 기념주일을 만들곤 합니다. 교단창설기념주일, 신학교주일, 북한선교주일 등등입니다.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 가정주일도 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교회도 어린이와 어버이, 부부, 가정에 대해 생각하는 주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력의 절기들과 이런 기념주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념주일이 지나치게 많아서는 곤란합니다. 각종 기념에 치우치다 보면 중세교회처럼 복음과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삼위 하나님께서 하신 구속사역 외에 우리가 기념할 다른 그 무엇이 있겠습니까?


질문에 답을 미루어 왔는데요. 성탄주일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1225일이 아니라 가까운 주일에 성탄절을 기념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성탄절이 주일에 와도 그냥 성탄절이라고 부르면 되고요. 성탄절은 기념주일이 아니라 교회의 가장 중요한 절기입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의 시작을 축하하는 절기입니다. 성탄절은 하늘과 땅, 영과 육의 통합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이 1225일에 태어났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육신의 신비를 통해 인류구원, 인간구원, 몸의 구원이 분명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