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칩(무선식별장치)은 짐승의 표인가요?

베리칩이 짐승의 표라고 한국과 미국 교계에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베리칩을 받으면 구원을 못받는다”, “받아도 상관없다”는 논란이 많았다. 지금도 많은 성도가 이것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베리칩(Verichip)은 영어로 베리피케이션(verification, 식별용)과 칩(chip, 반도체)이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베리칩’은 한 회사의 상품명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베리칩은 인체에 삽입이 가능한 일종의 무선식별장치(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말한다. 이것은 바코드나 QR코드와 같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상품들의 제작과 물류, 유통하는 전 과정을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 넘어간 지 오래되었고, 우리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심지어 국가 단위에서 여러 개의 숫자로 구성된 식별 정보(신분을 포함한)를 갖고 있다.

그럼 우리에게 베리칩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사람들이 베리칩이 말세에 있을 적그리스도, 즉 하나님을 대적하는 짐승의 표인 666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몸에 받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장치가 곧 요한계시록 13장의 ‘짐승의 표’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 그럴까? 성경에서는 ‘짐승의 표’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요한계시록 13장 17절에 표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 여기에서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고 하는 것은 이 표가 어떤 특정한 사람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유대인들은 어떤 인물이나 사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표현할 수 없을 때 숫자를 대신해서 표시했다. 18절에서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것은 사람의 수니 그의 수는 육백육십육(666)이니라’라고 했다. 여기서 666은 당시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네로 황제를 의미하는 라틴어 “Nero Caesar”를 헬라어로 음역하면 “Nerōn Kaisar”가 된다. 이것을 다시 히브리어로 음역하면 “ רסק ןורנ ”가 된다. 이 철자에 부여된 숫자를 합하면 “Noon(50)+Resh(20
0)+Vav(6)+Noon(50)+Qof(100)+Samech(60) +Resh(200) = 666”이라는 숫자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요한계시록 13장에서 바다에서 올라오는 짐승과 땅에서 올라오는 짐승이 있는데 이 짐승은 다니엘서에 나오는 네 마리 짐승의 연장선이다. 네 마리 짐승은 바벨론, 메데 바사, 헬라, 로마를 가리킨다. 요한계시록을 기록할 당시 로마를 직접적으로 로마라고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짐승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리칩이 짐승의 표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종말의 때에 나타나게 될 짐승의 표는 무엇일까? 아마도 로마 시대의 네로 정권처럼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악의 세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아직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과거 바코드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 ‘바코드’는 짐승의 표이고, 이것이 있는 물건을 사거나 팔면 마치 짐승의 표를 받은 것이고, 또 지옥에 가는 것처럼 과도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전자칩으로 불리는 베리칩은 바코드 보다 실용적인 면에서 좀 더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 과학이나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의 베리칩의 단점이나 제한적인 사항들을 개선한 더욱 향상된 것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그 때가서 ‘베리칩’을 대신한 것을 또 ‘짐승의 표’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일어나는 이와 같은 현상들을 극단적인 종말의 징조로 끼워 맞추는 식의 해석이나 가르침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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