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을 왜 지킵니까?

교회력에 의하면 성탄절 전 네 주일을 대림절로 지키는데요. 예전에는 대강절이란 말도 하는 것을 보았는데요. 대강절, 대림절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표현일까요? 어찌 되었든 저는 대림절을 지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탄절만 덩그러니 지키기 보다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를 가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것마저 없애는 것이 좋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성탄절도 지키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12월 25일에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도 아닌데 성탄절을 지키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대림절이냐, 대강절이냐를 먼저 물었지요? 번역상의 문제인데요. 대강절이라고 하면 뭘 ‘대강’, ‘대충’ 한다는 말이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대림절도 마찬가지겠지요. 저는 ‘대림역’이 생각납니다. ‘대’(待)가 기다린다는 뜻이 아닙니까?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입니까? 강림을 기다린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내려온다는 ‘강’(降)을 사용해도 되고, 임한다는 ‘림’(臨)을 사용해도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강절이라고 불러 왔는데 대림절이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질문이 나온 김에 교회력에 대해 잠시 살펴보죠. 고대에는 부활절기가 먼저 생겼습니다. 부활절을 준비하기 위해 사순절이 생겼고, 부활절과 연결되어 성령강림절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후에 성탄절기가 생깁니다. 성탄절을 준비하기 위해 대림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성탄절이 확장된 주현절(동방교회의 절기)이라는 것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렇게 준비절기가 있고, 기념하고 축하하는 절기가 둘씩 있습니다. 로마교회가 이런 절기들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고 미신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종교개혁자들은 필수절기를 제외하고는 거부했습니다. 당연히 성인의 날들도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구속사역을 이루신 것을 기념하는 필수절기를 중심으로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 대림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대림절은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을 준비하는 절기입니다. 교회사를 살펴보면 이 대림절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다가 네 주일로 굳어졌습니다. 대림절은 대개 11월 마지막 주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성탄절과 더불어 한 해의 마지막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교회력으로는 이 대림절이 한 해의 시작입니다. 세상 달력으로는 한 해의 마지막이지만 교회달력으로는 한 해의 시작이니 의미심장하지요. 끝과 시작이 교차되는 것이지요. 신자는 한 해의 마지막에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면서 벌써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대림절에 우리가 기다리는 분이 누구입니까? 아기 예수를 기다립니까? 사실, 우리가 대림절과 성탄절에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은 2,000여 년 전에 이 땅에 태어나 자라셨고, 죽으셨고, 부활 승천하사 하나님 보좌 우편에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대림절과 성탄절에 영광의 주님을 다시 아기로 되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서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의미를 간과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우리는 성자께서 아기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을 거듭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육신의 신비를 상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복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대림절과 성탄절에 우리는 성육신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매 주일마다 주님의 성육신을 기념하면 되는데 굳이 대림절, 성탄절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것은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 것입니다. 대림절에 우리가 기다리는 분은 아기 예수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시 오실 영광의 주님을 기다립니다. 너무나 대조적이지요. 핏덩이 아기와 영광의 주님이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것이 기독교만이 가지고 있는 복음입니다. 모든 종교는 사람이 신이 되어 보려는 노력이지만 기독교는 신이 사람이 되신 것을 전합니다. 기독교는 인간의 높아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낮아짐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먼저 아기 예수께로 가야 할 것입니다. 로마황제가 다스리고 있던 때에 핏덩이 아기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드님 말입니다. 하나님은 아드님의 영광을 철저하게 가린 채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이 아기 예수, 인간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심방을 알아채는 사람이 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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