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를 뿌려서는 안 된다는데요?

요즘은 화장이 대세입니다. 국토가 좁다보니 매장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겠지요. 매장이 너무나 번거롭기도 하고요. 그런데 화장은 시신을 완전히 태우는 것이기에 기독교 신앙과 맞지 않는 장례방식이 아닙니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매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요? 그리고 로마교회에서는 화장을 하더라도 유해를 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화장을 허용했다면 유해를 뿌리느냐 마느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요. 장례에 대한 기독교회의 분명한 지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화장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에는 장례의 80%가 화장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사실, 매장은 이제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산들은 묘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제는 산에서도 매장지를 확보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문중소유의 산이나 땅이 있는 경우에는 매장지를 겨우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매장은 이제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 화장이 기독교 장례예절에 맞느냐고 물었지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화장이 기독교 장례예절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장은 시신을 완전히 태워 버리는 것이기에 그것은 윤회를 믿는 종교들에서 선호하는 장례예절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다른 몸을 입고 태어나니 전생에서의 몸은 없어져야 합니다.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화장을 하면서 시신을 완전히 소각시켜 버립니다.

기독교 신앙에 걸맞은 장례예절은 매장입니다. 신자의 몸이 매장되는 그 장소는 부활의 장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인예식만이 아니라 하관예식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하관예식을 하면서 신자들은 우리 몸의 부활을 기대하는 믿음을 더 분명하게 붙들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세월이 지나면 육체는 썩어 없어지기에 그 매장지가 부활의 장소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나친 생각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뉘어놓는 곳은 부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덤을 방문하면서 부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언급하셨듯이 최근에 로마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는 화장에 대한 지침을 다룬 훈령을 발표했습니다. 로마교회는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신자의 장례는 매장을 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화장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화장하고 남은 유해를 가정에 보관하거나 산이나 바다, 공중에 뿌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죽는 이가 유해를 흩뿌리도록 유언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죽는 이의 유언은 자녀들이 무조건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로마교회는 유해를 흩뿌리도록 유언한 경우에는 장례미사가 거부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마교회는 왜 이렇게 유해를 흩뿌리는 것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을까요? 유해를 흩뿌리는 것은 범신론이나 자연주의, 허무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로마교회는 유해를 가지고 보석을 만들어 달고 다니거나 기념품으로 만드는 것도 금했습니다. 죽은 자와 접촉하려고 하는 미신을 피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연옥에 가 있는 조상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로마교회가 죽은 자의 유해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엄격하게 대하려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기독교회는 장례식을 통해 부활신앙을 제대로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화장을 허용하는 것이 기독교신앙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산산이 흩어지고 사라져 버린 육신의 요소를 다 불러내어서 예전의 모습으로 부활시킬 것이 때문입니다. 화장한다고 해서 부활이 어려워진다고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부모나 가까운 이들의 장례식을 경솔하게 치르므로 믿지 않는 이들로부터 못 배운 것들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신자가 죽은 이에게 절하지 않기 때문에 욕을 듣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시신이며 장례식을 소홀하게 다루므로 부활을 증거 할 기회를 놓쳐 버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매장이든지 화장이든지 신자의 장례식은 슬픔과 소망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예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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