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맑은 토양을 마시며, 하늘 빛 먹고 싱그럽게 자라

무더운 여름철 풍성한 녹색의 향연으로

오염된 우주, 욕망의 공해를 정화하고

사지의 땅을 생명 도시로 만들었네

그렇게 뜨거운 나날

태양의 열기 온 몸으로 받으며 푸른 그늘 드리워

삶에 지친 고달픈 날개들 접고 안식의 숨을 쉬며 땀을 식혔네

그대들, 그렇게 짧은 생을 푸르게 살더니

다가오는 죽음의 계절 내다보며

하늘의 찬란한 빛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수의를 갈아입고

떠날 길 알고 예비하더니

만추의 스산한 바람에 미련없이 낙하하여

밟히고, 쓸리고, 외면당하는 멸시의 땅에

말없이 누워 흙으로 돌아가

후손들의 자양분으로 그 몸을 제물로 바치는가

, 그 누가 낙엽의 쓸쓸한 모습을 보고

그대들의 푸른 삶을 기억하며 마지막 노을 같은 생을 배우는가!

, 낙엽의 소리 없는 노래 들으며

주신 목숨 푸르고 맑게 살다 짧은 생 떠날 길 알고

고운 예복 갈아입고 하늘 우러러 기도하다

한 잎 낙엽으로 땅에 누워

잠시, 천대의 시련 인내를 이루고

고난과 슬픔의 한 생을 마감하고

흙으로 돌아가리라

, 솔로몬 궁전의 상수리나무 푸른 잎들도

광야에 외로운 싯딤나무의 초라한 잎들도

메마른 낙엽이 되는 길은, 오직 한 길이러니

영혼에 색인 거대한 맘모스 우상을 타파하고

곧은 목을 꺽고, 이 생의 허영의 먹구름 거두고

오로지, 저 감람산 올리브의 푸른 잎들로

무거운 짐 진 새들 깃들게 하다

그 날, 한 잎 낙엽 되어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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