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복장으로 예배인도해도 됩니까?

폭염이 계속되다 보니 주일에 어떤 복장을 하고 가야할지 난감합니다. 굳이 정장을 하고 가야 합니까? 사실, 이런 말하기 미안한 것이 한 여름에도 예배인도하는 목사께서는 정장을 해야 하니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라에서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이 여름에는 냉방기를 덜 틀기 위해서 편한 복장으로 회의하는 것을 권장하는데요. 그렇다면 예배 때도 편한 복장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예배라고 해서 굳이 정장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청년들의 복장이나 신발을 보면 민망할 때가 종종 있지만 말입니다.


복장이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장이 중요하지요. 어떤 자리나 모임에 걸맞는 옷을 입고 가는 것은 예의요, 상식입니다. 뭘 그런 사소한 것을 가지고 따지냐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것은 예배당이 성전이기에 화려하게 지어야 하고, 예배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기에 어떤 공연보다 수준이 높아야 하고, 헌금도 제일 많이 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예배는 하나님과의 교제요, 서로 덕을 세우는 것이기에 우리의 태도를 살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의 복장입니다.


문제는 날씨입니다. 요즘같이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철에는 교인들이 되도록 간편한 복장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팔 상의는 기본입니다. 굳이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아니더라도 반바지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예배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복장이 다른 이들에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성경에는 여자가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 하고, 귀금속으로 단장하는 것을 피하라고 하는 말씀(딤전 2:9) 외에 특별한 가르침이 없습니다. 이 말씀에 근거하여 공예배 복장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대체적으로 복장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유럽의 개혁교회 신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보수적인데요. 그들은 주일에 입는 복장에 무척이나 신경을 씁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예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주일을 위한 옷을 따로 갖추어 놓기도 합니다. 예배시간이 가까워오면서 허겁지겁 아무 옷이나 그냥 걸치고 가지 않습니다. 토요일부터 옷을 미리 준비해 놓습니다. 아이들도 주일에 입을 복장이 따로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주일에만 특별한 간식을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태도를 통해 주일이 귀한 날이구나, 주일이 제일 좋은 날이구나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가족 단위로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 예배하러 간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적하셨듯이 여성의 옷차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는 것으로 인해 시험(?)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예배당 내부를 층층이 상승하는 공연장처럼 꾸며 놓는 경우가 있기에 아래쪽에서 위를 보면 치마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면 얼마나 민망하겠습니까? 어떤 청년 수련회에 참석했더니 이 복장 문제를 질문하더군요. 민망하면 안 보면 되지 왜 교회에서는 복장마저 단속하려고 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보는 사람의 시선이 문제지요. 하지만 신자는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우리 가운데 연약한 신자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니, 눈요기 거리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의 복장은 어떠해야 할까요? 공예배 인도자는 어떤 경우에도 양복에 넥타이를 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여전히 있을 것입니다. 한여름 두 달 정도는 양복에 넥타이가 아니라 반팔 상의를 입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개교회 당회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열린예배를 지향하면서 예배인도자가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꾸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한복은 어떻습니까? 한복을 입고 예배인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복이 너무 거추장스럽다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개량한복이 나오니 말입니다. 설이나 추석이 가까운 주일에 이렇게 한복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는 분들이 있는데, 괜찮아 보입니다. 교인들이 목사의 복장에 입을 대는 경우가 많기에 그런 사소한(?) 것으로 말썽이 나지 않도록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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