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도문구가 너무 장황합니다

예배마침순서가 축도인데요. 목사님들의 축도문구가 장황할 때가 많던데요. 고린도후서 1313절 말씀이 축도문구인데, 그 문구에다가 이것, 저것을 잔득 첨가시키는 것 말입니다. 특히, 성령의 역사에 다양한 것들을 첨가합니다. 설교를 요약하면서 그 설교말씀대로 살기를 원하는 자에게 복을 내려 주십사 간구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축도문구를 길게 늘이다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서 스스로 당황해하는 경우도 보았고요. 어떤 교회에서는 구약의 말씀인 민수기 6장의 구절을 가지고 축도하는 것도 보았는데요. 그 구절도 축도문구로 가능합니까?


예배마침의 순서가 축도인데, 그 축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으셨네요. 우선, 이 축도를 기도가 아니라 복의 선언, 강복선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이 마지막 순서는 목사가 교인들을 위해 경건하게 복을 달라고 하나님께 비는 순서가 아닙니다. 이 순서는 목사가 하나님을 대신하여 회중을 향해 하나님의 복을 선포하는 순서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 순서에서 목사는 교인의 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이 됩니다.


교회역사를 보면 강복선언이 항상 예배마침순서였던 것은 아닙니다. 고대교회 때는 성찬식 전에 이 강복선언이 있었습니다. 회중에게 떡과 잔을 나누어 주기 전에 사제가 강복선언을 했습니다. 이 강복선언은 회중을 격려하여 성찬에 참여할 준비를 시키는 것이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미사 중에 복음서를 낭송하는 집사나 죄를 고백하는 신자를 향해 복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중세후기에는 미사가 끝날 때에 사제가 강복선언을 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문구가 민수가 624-26절 말씀입니다. 대제사장 아론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향해 축복한 문구 말입니다.


로마교회가 대제사장 아론의 축복문구를 선호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교는 교구민들의 목자로서 미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그들을 축복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주교가 양떼를 치는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이 민수기 구절을 예배마지막 순서인 강복선언문구로 사용했습니다. 종교개혁은 이전교회역사와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이 민수기 구절을 강복선언문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 이 구약말씀을 사용하고, 오후에 신약의 말씀을 사용하면 신구약이 연속적이며 한 하나님의 한 말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언급하셨듯이 우리 장로교회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축도문구는 고린도후서 1313절 말씀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라는 구절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모든 것을 은혜라는 한마디로 요약하고, 하나님께서 행하신 모든 것을 사랑으로 요약하고, 성령께서 하시는 모든 것을 교통, 교제로 요약합니다. 여기에 놀라운 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도, 하나님, 성령의 순서는 믿는 우리를 위한 순서입니다. 은혜는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오고, 하나님은 사랑으로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시고, 성령께서는 적극적으로 교통을 이루신다는 것이 복의 핵심입니다.


저는 이 문구를 있는 그대로 선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할 것이 없습니다. 목사들께서 회중을 위해 축복해주기를 간절히 원해서 이런 저런 내용을 첨가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짧아도 삼위 하나님의 모든 복을 한 단어씩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문구를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선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은혜, 사랑, 교통의 의미를 잘 가르쳐야 이 복 선언이 예배의 종합일 뿐만 아니라 예배의 절정이 될 것입니다.


강복선언시에 설교한 내용을 요약하고, 그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이들에게 복을 내려 달라고 언급하는 것을 지적했는데요. 강복선언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사도는 삼위 하나님의 복을 받을 대상을 너희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고린도교회는 가장 문제가 많았던 교회 중에 하나입니다. 사도는 그런 교회, 그런 교인 전체를 향해 삼위 하나님의 복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복은 자동적으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이들에게 현실화됩니다. 그리고 이 복은 너희 무리, 즉 성도를 향한 것이기에 어떤 건물이나 무생물이나 심지어는 불신자들을 향해서 선포하는 것은 합당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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