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시간에 애국가를 불러도 됩니까?

최근에 어떤 기독교 웹진에서 화란 신학자 한 분의 글인 네덜란드 국가를 주일에 부르지 말자고 한 것을 보았는데요. 저는 이것에 공감합니다. 우리 애국가 중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라는 감동적인 가사가 있기에 우리 기독교인도 자부심을 가지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곡을 기독교인이 지었다고 하더라도 예배시간에 부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 예배에 외국인들이나 동남아 근로자들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겠기에 더더욱 애국가를 예배시에 부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제 생각이 너무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생각입니까?


이 문제는 찬송의 문제입니다. 예배시에 부를 수 있는 찬송이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실, 21세기 새찬송가에 보면 서양의 국가(國歌)들이며 민요들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찬송가 70피난처 있으니는 영국과 미국의 애국가로 사용되는 곡입니다. 영국에서는 하나님, 우리의 자비로운 여왕을 구해 주소서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곡입니다. 그래서 새찬송가를 편집하던 이들 중에 이 곡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제국주의 나라인 영국의 여왕을 찬양하고 다른 나라를 무너뜨려 달라는 내용이 찬송가에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 곡은 결국 새찬송가에 수록되었습니다.


예배때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흥미롭게도 1905년 윤치호가 발간한 찬미가에는 안익태가 작사 작곡한 애국가가 실려 있습니다. 일제에 의해 국권이 상실되기 직전에 민족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애국가를 찬송가에 넣었던 것입니다. 이 애국가를 예배 때 종종 불렀는지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그 이후에 1908년 장로교와 감리교가 연합하여 발간한 최초의 찬송가에는 이 애국가가 빠졌습니다.


예배시 부를 찬송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적인 고백에 합당한 것이어야 합니다. 새찬송가에는 공적인 예배에 부르기에 합당하지 않은 가사와 곡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잘 아는 복음성가가 예배찬송으로 합당한 것도 있습니다. 새찬송가라고 해서 그것은 찬송가고 그 외의 것들은 복음성가로 분류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사실, 새찬송가에 수록된 많은 곡들이 19세기 미국의 대각성운동 때 만들어졌습니다. 그 찬송들에는 주관적인 체험을 진술한 가사들이 많습니다. 너무나 개인적인 고백이라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두 아멘으로 화답하면서 부르기에 힘든 가사들이 있습니다.


민요풍의 한국적 특유의 곡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곡에다가 세계 교회와 신자들이 한 마음으로 고백할 수 있는 가사를 담으면 예배곡으로 합당합니다. 그런데 애국가는 아무리 기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곳에 하나님이 보우하사라는 가사가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국가로 정해진 한 예배에서 부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투철한 민족의식을 가져야 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그 곡을 공예배에서 부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기독교국가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는 교회 강단에 성조기를 걸어놓는 경우도 있고, 언급하셨듯이 네덜란드에서는 예배 후에 애국가인 빌헬뮈스를 부릅니다. 신자는 교인이요 동시에 국민이기에 애국가를 부를 수 있습니다. 애국가를 불러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배시에, 그리고 예배 후라면 부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교회는 한 국가에 종속된 단체가 아니라 모든 나라와 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님 나라의 전초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예배할 때 교회는 한 나라와 민족을 초월하여 역사속의 하나님의 모든 백성들, 그리고 천사의 예배에 합류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민족주의에 사로잡혀서도 안됩니다. 어떤 경우에 교회는 민족을 배반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서양 제국주의가, 그리고 일제가 다른 나라를 침략할 때 교회가 그것을 묵인할 뿐만 아니라 승인하고 더 나아가 찬양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3.1절이나 광복절 가까운 주일에 국가사랑에 대해 설교할 때에도 우리의 믿음이 국가이념과 민족의식을 초월해야 함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 예배에 일본 기독교인이 참석했다면 하나님을 함께 예배한다고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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