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거주 현지인 ․ 선교지 전문인, 다음세대 선교 동력으로

코로나19 이후, 세계선교계의 변화를 진단하고 매래선교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바로 지난 11월 2일부터 3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화성 GMS본부에서 열린 방콕선교포럼이 그것. 방콕포럼은 2004년 강대흥 GMS 선교총무와 한철호 선교한국 상임위원장 주도로 출범해 선교학자와 교단 및 선교단체 책임자들을 중심으로 매년 실용적인 현장선교 전략을 모색해 왔다. 이번 제17회 포럼은 ‘코로나19 이후, 선교계의 변화’를 주제로 한국선교의 과거를 돌아보고 신종 코로나19 시대에 선교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현장 사역이 어려워지면서 선교사는 물론 사역지에서 복음을 전할 평신도 선교사를 키우고 국내 거주 외국인 등 선교 대상을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대흥 선교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선교현장과 한국교회 생태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면서 “올해 포럼은 전통방식의 선교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국선교 40년, 역사를 통해 본 선교


첫날 발제를 맡은 OMF 동원사역자인 손창남 선교사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 OMF 선교의 40년을 돌아보고 그 성찰의 결과를 토대로 급변하는 선교 현장과 패러다임 변화에 새로운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이라는 뉴노멀(new normal)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교회들은 이전에 해오던 선교사역을 대폭 수정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창남 선교사는 “80년대 교회들은 선교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선교사 동원이 시작됐다. 한국 OMF 선교사들의 주요 사역지는 아시아 국가였다”며 “문화적 유사성과 함께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선교사보다 경험이 많다는 게 강점일 수도 있었지만, 선교사 간 협업에 있어 서구에서 온 선교사와 문화적·연령 차이로 갈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90년대 한국선교는 황금기를 맞았다. 대형교회가 성장하면서 선교 동원은 절정을 이뤘다. 중국이나 무슬림 국가로 사역지가 확장됐고 단기선교여행의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교회들이 단기 팀들을 해외로 보냈다. 이 기간 동안 한국 OMF 가 파송한 선교사 가정은 11유닛에서 40유닛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손 선교사는 “90년대 선교 붐은 원칙이 없었고 선교사 파송이 선교의 전부라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본국 교회와의 지나친 관계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으며 한국에서 파송 된 선교사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한국 OMF 선교사들에게 그대로 투사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는 것.


2000년대 들어서는 IMF 후유증으로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단기선교팀 피랍 사건이 발생해 기독교와 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 선교사의 파송은 늘어났지만 선교지에서 들어오는 좋지 않은 소식들로 선교에 대한 문제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국 OMF의 리더십이 바뀌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OMF는 신인 선교사들을 파송할 때 보다 엄격한 자격관리와 정체성 강화했다. 이 기간 동안 회원수는 40유닛에서 25유닛으로 줄었지만 선교사들의 사역은 튼실해졌다. 손창남 선교사는 “한국 OMF 내에서 동원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히 OMF 선교사를 발굴하는 것에서 일반 성도들의 선교적 이해와 역량을 키우는 1차 동원에 대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인 선교사의 동원이 지지부진했다. 정작 텐트메이커의 수는 40가정 중 8가정으로 전체 선교사의 수에 비해 20% 밖에 되지 않은 것.


2010년 이후 OMF 한국 멤버들은 꾸준히 증가해서 40유닛이 되었고, 10 년 동안 선교지 사정에 따라 이동은 많았지만 사임을 4유닛 밖에 없었다. 현재 한국 OMF는 모두 36유닛이 선교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선교 상황은 더 좋지 않다고 손창남 선교사는 진단했다. 교회 양극화는 심화됐고 기독교 혐오는 강화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확산되고 선교 열기도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 손 선교사는 “새로운 선교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의 성장과 한국 경제의 성장이 마치 우리가 하는 선교사역의 대단한 기초인 것처럼 생각하며 행동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교의 역사를 보면 복음이 타문화로 증거 될 때 언제나 확장과 갱신이 함께 했음을 볼 수 있는데 한국선교는 갱신 없는 확장에 힘쓴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미래 선교를 제안하며


“맨 땅에 헤딩을 할 수 있는 선교사들을 엄격하게 선발해서 파송해야 한다.”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은 전방개척 지역이나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 지역에만 국한해야 한다.”


이날 손창남 선교사는 “기독교가 상당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일반 선교는 이제 진정한 의미의 출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통적인 선교가 줄어드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반드시 진행될 일이다고 진단했다.


손 선교사는 “미래 선교를 위하여 본국 내의 디아스포라 사역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나라에서 해외 근로자의 유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선교사 파송을 포함한 선교의 동력이 해외로 나가는 것에서 국내에 있는 디아스포라 사역으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 동시에 보다 효과적인 저비용 고효율 선교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유행했던 단기선교식의 여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선교여행은 지역교회의 선교참여라는 면과 일반 성도들을 선교지에 노출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비용에 비해서 효과는 떨어지는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선교의 모델이라고. 게다가 단기 선교여행을 선교라고 생각하는 부작용도 동시에 가져왔다는 것.


이밖에도 손창남 선교사는 ‘풀뿌리 선교’를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풀뿌리 선교는 소속단체나 재정·사역적 책무 등 선교사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역지에서 직업을 갖고 선교를 감당하는 선교 모델을 말한다. 특히 해외의 한인교회들이 이런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교단체들은 풀뿌리 선교를 지역교회들에게 알리고 동참하기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고.


한편 포럼의 참석한 SIM의 김경술 대표는 “풀뿌리 선교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보다 선교의 개념을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선교사를 파송하던 교회도 이제는 함께 선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흥 선교사는 “선교사 파송 시스템은 변화해야 한다”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을 선교하는 선교사도 엄연히 해외 파송 선교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MF 권성찬 선교사는 “성장 일변도를 추구해 온 여러 선교 기관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멈춤의 용기가 필요하며 “지역교회와 함께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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