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윤리연구소·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 온라인 심포지엄 - 김승호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교회 직면 7가지 아젠다 제시

▲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
▲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COVID-19, 우한 폐렴)는 우리 사회 전 영역을 강타했고, 한국교회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예배당 예배가 온라인 예배와 가정예배로 대치됐다.


온라인 환경이 제대로 구비 되지 않은 작은 교회들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각 교단과 교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교회가 교회를 유지하기에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가 더 힘들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 앞에서 ‘지역교회’는 다가온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이에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아젠다를 제안하고 이를 설명했다. 목회윤리연구소와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 주최로 8월 25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대응’이란 주제로 열린 온라인 심포지엄에서다.


김승호 교수가 이같이 아젠다를 제안하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지역교회가 결코 미래를 선도하고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는 종교가 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 그가 제안한 아젠다는 예배공간에 대한 재인식, 온라인 환경의 구축, 공동체성의 확보, 신앙의 본질에 대한 갈증, 작은 교회의 변형, 설교 무한경쟁 시대로의 돌입, 공적 책무성 강화 등 7가지다.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이 감염병 예방과 교회의 대사회적 책무수행이라는 측면의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주일예배를 예배당에서 드리지 못하는 현실은 그 자체로 평생 예배당 예배를 주일성수의 기본으로 여기고 이를 실천해 온 성도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성도에게 예배당은 특별한 공간이다.


김승호 교수는 “한국교회 성도들은 예배당 공간을 자신의 신앙 정체성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라며 “ 예배당이란 공간을 여타의 다른 공간들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으로 여기는 현상은 그동안 교회에서 ‘예배당’을 구약의 ‘성전’과 같은 개념으로 여겨온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제기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성전’ 개념이 강화돼 온 이유로 교회 성장에 뒤따르는 예배당 규모의 확장을 꼽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성도들의 의식 속에 ‘성전’ 개념이 강하게 각인될수록 모이기에 힘쓰고 예배당(성전) 중심의 사역에 힘쓰게 된다. 반면 온라인 예배가 강화될수록 자연적으로 예배당 예배가 약화할 뿐 아니라 예배당에서의 여타 모임도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승호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예배당 공간과 관련해 세 가지 사항을 예상한다. 예배당 공간의 재구성, 예배의 공연화 현상, 여러 교회가 예배당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예배당의 출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지역교회가 온라인 환경을 더 전문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환경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로 성도들이 일시적으로 주일예배를 예배당 예배에서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경험을 했다. 상당수의 성도가 온라인 예배의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응답하지만, 향후 예배당 예배와 온라인 예배의 병행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존재하고 있다. 감염병 사태를 비롯해 심각한 재난 상황에 노출될 경우,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은 점점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승호 교수는 “온라인 예배의 도래가 많은 목회자에게 교회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온라인 예배 강조, 예배당 예배출석자에 대한 신상기록, 예배 전후 예배당 공간 방역, 예배당 내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도들은 예배 및 교회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라며 “온라인 예배의 경험은 성도들에게 기존의 예배당 예배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김승호 교수는 “온라인 예배 시대의 개막은 교회가 스스로에 대해 성찰하고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역교회에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제기하면서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교회 모델은 향후 떠오르는 교회의 모델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분간 지역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적절한 병행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동체가 가지는 특징 중 하나는 상호의존성이다. ‘스스로 살기 위해서라도’ 상호의존성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더 중시되는 특징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의존성의 원리는 인간과 자연 만물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될 것이다.


김승호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한국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공동체성을 진지하게 성찰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라며 “향후 공동체성의 이슈는 단지 교회공동체뿐 아니라 지역공동체, 국가공동체, 지구공동체 등 더 확장된 개념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향후 수년간 상당수의 작은 교회 목회자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으로 위기 상황에 봉착해 교회 폐쇄에 직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김승호 교수는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교회의 공적 책무의 중요성을 피부로 절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회의 공적 책무성은 이웃을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돌보는 일과 관련된 사회복지 차원에서 시작하여 사회 구조적 변화를 위한 노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라며 “지역교회가 단순히 ‘전도’가 아니라 교회 안팎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아이에서 시작하여 노인에 이르기까지 예기치 않은 재난 상황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적, 사회문화적, 심리적,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승호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교회는 사회변동이 교회와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제대로 실감하면서, 향후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각각의 아젠다를 지역교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준비한다면, 현재 직면한 교회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