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성서신학회 제1회 학술대회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②

재난 시기, 의연하게 상황 대처하는 용기·지혜 갖는 게 필요


▲ 왼쪽부터 발제자 최만수 신국원 박사, 이종훈 원장, 안명준 박사, 사회자 남궁현우 목사 2020.06.20 cookie0228@hanmail.net
▲ 왼쪽부터 발제자 최만수 신국원 박사, 이종훈 원장, 안명준 박사, 사회자 남궁현우 목사 2020.06.20 cookie0228@hanmail.net


에스라성서신학회(회장 남궁현우 목사) 제1회 학술대회가 에스라성서원 주관으로 6월 20일(토) 서울 영등포구 에스라성서원(서울에스라교회)에서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란 주제로 열렸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도서출판 다함/264쪽/1만3천 원) 집필진 18명 가운데 7명이 발제했다. 이에 두 번에 걸쳐 이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했다.


▲ 최만수 박사(구약학) cookie02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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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질병-선지서에 나타난 질병 이해’
최만수 박사(구약학)


최만수 박사는 “구약 선지서에 나타난 질병은 사건이 아닌 하나님의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질병은 말씀을 듣고도 순종하지 않았던 백성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구약 선지서에서 질병은 ‘하나님이 절대 주권자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하나님의 메시지였다.”라며 “구약 선지서의 질병은 삶의 영역에 따라 죽음에 이르는 몸의 병, 공동체와 격리되는 마음·정신적인 이상, 그리고 공동체의 파멸을 부르는 병인 전염병으로 구분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선지서의 많은 곳에서 몸의 병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병은 죽음에 이르기도 하며, 병이 깊어지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다 왕 히스기야의 죽음에 이른 사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 박사는 “하나님은 마음과 정신까지도 직접 다스리는 전능하신 분이다. 교만은 낮추시고 하나님만이 진정한 왕임을 깨닫게 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정의와 공의를 행하게 하신다.”라며 “이는 바벨론 왕이었던 느부갓네살의 경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라고 밝혔다.


구약 선지서의 전염병은 국가 혹은 공동체에 임한 심판과 재앙이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이 전염병이 하나님의 심판 수단임을 알려주고 있다. 전쟁과 기근의 죽음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전염병으로 끝이 난다. 결국에 전염병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죽음의 심판인 것이다.


최 박사는 “구약 선지서의 질병은 ‘하나님이 절대 주권자이시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장치였다. 모든 질병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앙 같은 전염병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다시 하나님을 만나고 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게 하는 하나님의 섭리다.”라며 “그러므로 절망에 이르는 질병이 일어날 때, 우리는 온전히 기뻐하고 감사함으로 ‘하나님 앞에’ 더욱 나아가야 한다.”라고 제기하고 있다.


▲ 신국원 박사(웨스트민스터신대원대 초빙교수, 총신대 명예교수) cookie0228@hanmail.net
▲ 신국원 박사(웨스트민스터신대원대 초빙교수, 총신대 명예교수) cookie0228@hanmail.net
‘기독교 세계관으로 본 전염병 사회 속 그리스도인의 책임’
신국원 박사(웨스트민스터신대원대 초빙교수, 총신대 명예교수)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염병을 비롯해 생존을 위협하는 재해들에 직면한 그리스도인의 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펜데믹〔pandemic, 전국(전 세계)적인 유행병〕이나 지진과 같은 참혹한 자연재해는 불신자만이 아니라 전능하고 선하신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도 시험 거리가 되고 있다.


신국원 박사는 “자연재해도 선한 창조질서의 한 부분이다. 바람과 파도는 공기와 물의 순환의 필수 요소이다. 지진이나 화산활동 역시 지구 내의 열 조절을 위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며 “자연재해는 인간이 자연 앞에 오만하거나 부주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재난에 대해 잘못된 사고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성경적 세계관을 통해 창조질서와 세상을 볼 때이다. 재해는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질서 안에서만 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은 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COVID-19, 우한 폐렴)나 지진과 같은 재난을 때로 허락하시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재난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다. 자연의 힘과 창조주 앞에서 더욱 자세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거리를 두고 냉정히 둔감하게 바라보는 분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도 재난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갖추는 데 중요하다. 성경은 모든 사물을 창조와 타락의 진리뿐 아니라 특히 구원의 진리의 핵심인 회복을 통해서도 재난을 바라보게 해주고 있다.


신 박사는 “구원의 진리에 담긴 회복은 재난으로 야기된 고통이나 어려움을 견디게 해줄 위로만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최후의 승리와 온전한 상태의 삶 즉 부활과 회복을 약속해준다.”라며 “재난을 당할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주를 의지함과 동시에 남을 돕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재난이 누구의 잘못인가를 묻기보다 하나님께서 이를 통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들으려고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재난들을 말 일의 징조로 알았다면 그에 부합된 삶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서서 남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재난의 소식 가운데 재림의 나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은 죽은 자들을 향한 심판의 조종이 아니라 살아있는 기독교인들을 향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평안할 때만이 아니라 재난의 시기에 더욱 기독교적 안목으로 의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용기와 지혜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 이종훈 원장(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cookie0228@hanmail.net
▲ 이종훈 원장(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cookie0228@hanmail.net
‘의학적 관점에서 본 전염병-크리스천 의사의 시각에서’
이종훈 원장(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이종훈 원장에 따르면 기원전에는 질병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의료도 성직자들의 몫이었다. 의학을 종교로부터 독립시킨 사람이 히포크라테스(B.C 460~337?)라면, 갈레노스(129~199)는 의학을 학문적으로 집대성한 사람이다. 그는 로마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의학의 황제’였다.


전염병 퇴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은 ‘현대의학의 아버지’ 파스퇴르(1822~1895)이다. 그가 전염병의 원인이 미생물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병원체의 미생물은 바이러스와 세균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나쁜 세균이라고 할지라도 세균의 사람 간 전염력이 높지 않아서 인위적이든 사고이든 세균을 뿌리지 않는 한 대유행이 되기는 힘들다.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반드시 숙주 생물체의 세포로 들어가(감염) 숙주 세포의 시스템을 이용해 증식되고 다시 배출되고 있다.


이 원장은 “치명적인 전염병들은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 zoonosis)인데, 원래 동물의 몸에만 살아야 할 미생물이 종간전파를 통해 인간을 감염시킴으로 생긴 병이다. 숙주에 기생하며 사는 바이러스는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기에, 숙주를 살리면서 자신의 증식, 배출되는 방법을 찾는 게 바이러스의 목적이다. 또 인간에게 전파된 바이러스는 또 다른 사람 사이에 전염을 일으켜 에이즈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된다는 것이다. 인류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RNA 바이러스다.”라며 “인수공통감염병은 보유 숙주인 동물을 모두 죽이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의 숙주를 찾는 일에 과학자들이 레위기를 참고한다면 유레카(무언가 깨달았다, 알겠다)를 외치게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제기하고 있다.


그는 또 “전염병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던져주신 청어 이론의 물메기와 같다.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지구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과학 문명 바벨탑의 불완전성과 우리의 신앙적 타성을 깨닫게 하는 하나님의 경고와 사랑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안명준 박사(평택대 교수,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 cookie0228@hanmail.net
▲ 안명준 박사(평택대 교수,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 cookie0228@hanmail.net
‘칼뱅과 흑사병’
안명준 박사(평택대 교수,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


중세 유럽에서 역병은 주로 페스트균에 의해 발병하는 흑사병을 가리키는 말로, 1347년부터 시작해 유럽 인구의 약 30%가 죽고 유럽의 사회구조를 붕괴시켰으며, 소외된 자들과 유대인 같은 외국인에 대한 증오와 학살, 그리고 집단폭력을 일으켰다.


안명준 박사에 따르면 흑사병은 종교개혁자들의 큰 아픔이었다. 처절한 죽음의 자리를 모면한 루터와 베자는 흑사병(역병)에 대한 글을 썼다. 역병은 칼뱅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종교개혁자들과 마찬가지로 칼뱅의 삶도 질병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의 생애였다. 그가 사랑했던 주변의 많은 인물이 흑사병으로 죽었고, 그의 아내도 병으로 죽었다. 흑사병은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인생의 방향과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는 영적 교훈을 주었다. 칼뱅은 열병, 담석, 통풍, 치질, 폐병, 위궤양, 장염, 편두통을 갖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박사는 “칼뱅은 역병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과 훈련이라는 이중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심판과 관련해서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님은 하나님에 대항하는 악한 원수의 세력과 죄에는 진노와 심판으로 역병을 통해 심판하시지만, 자신의 백성들에게는 죄에 대해 교정적 징계를 하신다.”라며 “칼뱅은 우리에게 우연으로 보이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은밀한 추진이었다고 인정하는 신앙을 가지라고 말한다. 칼뱅은 역병으로 인한 슬픔과 죽음이 믿음으로 천국을 소망함으로 극복된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칼뱅은 다른 종교개혁자들과 마찬가지로 역병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았다. 역병에 대한 칼뱅의 또 다른 중요한 이해는 하나님의 섭리에서 바라본 종말론적 관점이다. 칼뱅은 병든 자들을 전문적으로 돌보고 양질의 교육 여건을 만들어 사회적 책임에 더욱 정진했다. 칼뱅의 세계관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칼뱅도 루터처럼 병든 자를 위한 철저한 돌봄을 실천했다.


안 박사는 “칼뱅은 무서운 질병의 고난 속에서도 이웃을 돌보며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칼뱅은 질병으로 인한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질병이 진정한 그리스도 학교의 학생이 되게 한다고 보았다.”라며 “칼뱅이 흑사병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회개와 겸손에 대한 강조,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성도들이 하늘의 영원한 소망을 갖고 현실 속에서 헌신과 사랑과 돌봄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뱅의 모습은 오늘날 코로나19가 세상으로 퍼지는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세상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책임,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지혜를 가르쳐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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