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본문적 신약읽기’ 송영목 교수, 신간 출간

수학 문제집의 문제를 풀다가 난관에 부딪쳐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는 답을 주는 분명한 공식이 있지만 제대로 이해할 수 없거나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 정석을 담은 참고서를 살펴보면서 문제의 원리나 구조를 익힌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경 본문을 읽다가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성경에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나 예비목회자는 성경의 다른 번역본을 찾아보고, 방법론을 공부해 성경 원문을 읽고 대조해보지만 생각만큼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목회자나 예비목회자가 아닌 보통의 성도들은 주해 또는 성경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마저도 무척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고신대학교 송영목 교수가 집필한 간본문적 신약읽기-본문과 간본문’(송영목 지음/ CLC/ 24,000)이 최근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본학 연구가 빈약한 한국 신학계에 개척적 성격을 띤 본문 연구서로 꼽히는 이 책은 특히 간본문적 연구방식을 통해 더욱 풍성한 성격해석 방식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사본학의 학문적 가치는 지대하지만 상당히 난해한 편이라 신학생들이 접근하는 것 역시 쉽지 않고, 많은 목회자들에게도 친근하고 익숙한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가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본학과 간본문적 해석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성경 주해의 초기 단계에는 본문비평을 통해 원본을 추적하고 확정 짓는 작업이 있다. 본문비평은 사본학의 한 영역으로 현재까지 특별히 미진한 연구 분야는 사본의 신학적 경향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 사본군이 강조하는 신학적 주제를 밝히기 위해서 무엇보다 성경 각 권의 특징적인 신학과 사본이 필사될 당시의 신학적 배경을 고려해야 하는데, 본문을 확정 짓고 나면 직역과 역동적 의역을 잘 고려한 균형 잡힌 번역작업, 즉 성경 저자에게 충실하면서도 현대 독자를 배려하는 성경 번역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작업을 하다보면 한글 성경에 바로 잡아야 할 오역이 여전히 적지 않다면서 헬라어 본문이 담고 있는 문법적 특성이나 강조점을 파악한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 수행할 구원계시사적인 신학적 해석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경 주해의 첫걸음은 원문의 번역이나 해석이 아닌, 바로 원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의 원본이 아닌 사본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원문 결정을 다루는 사본학적 작업은 더욱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사본학 연구가 신약 본문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최대한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사본학적 연구를 진행해 기본을 이해하게 하며 원문을 결정하는 과정을 밝히는 한편 사본계열에 따라 나타나는 신학적 경향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책의 전반부에 있는 8개의 논문 대부분은 사본학적 문제를 다루거나 그것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를 다뤄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목회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부의 본문비평에 이어 후반부에서는 간본문성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간본문성 연구는 단순히 신약의 구약인용이나 암시를 넘어 광범위하게 영역을 넓혀왔고, 그래서 때로는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저자는 간본문성 연구를 신약에 미친 구약의 영향, 혹은 신약성경 안의 내적 간본문성에 주로 한정시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아직 한국 신학계에 생소한 간본문성에 대해 소개해 주면서도 자칫 한쪽으로 치우쳐 간본문성 추구에 매몰되지 않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 송영목 교수는 ·구약을 그물처럼 상호 연결해 계시의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간본문적 해석을 성경 해석방법으로 선호하는데, 의미 파악을 위해서는 이 본문들 간의 관련성을 다각도로 살펴야 함은 물론 간본문적 해석의 바른 수행을 주해하려면 본문의 구문과 구조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 교수는 책 한권에 문법과 역사, 신학적 제 방법론들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본문과 씨름하며 본문의 세계 안에 머무는 작업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고단한 과정이지만, 연구자 자신도 모르게 세상 시름을 뒤로하고 해답을 발견하게 하는 묘약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공 아닌 분야이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 주제와 관련해 발표한 논문을 보완하고, 다듬는 것은 물론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해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집필할 예정임을 전했다.

저자 송영목 교수는

고신대학교 신학과(B. A.)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포쳅스트룸대학교(Th. M.)와 요하네스버그대학교(Ph. D.)에서 공부한 후, 현재 고신대학교 신학과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요한문헌, 헬라어 구문과 구조 분석, 그리고 현대 이슈를 신약성경으로 검토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저서로는 <헬라어 강독의 원리와 실제>를 비롯해 <요한계시록과 구역의 대화>, <신약과 구약의 대화>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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