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입원 환자들의 갈증 풀어줘요”

▲ 입원 환자들과 함께 예배하고 있다.
▲ 입원 환자들과 함께 예배하고 있다.

▲ 정규동 목사(휠체어 도움)가 성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서 환자를 맞고 있다.
▲ 정규동 목사(휠체어 도움)가 성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서 환자를 맞고 있다.

▲ 교인들이 주일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하고 있다.
▲ 교인들이 주일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하고 있다.

【대구=기독교보】이국희 기자 = 대구 샬롬교회(담임목사 정규동)는 지역적인 특성과 환경을 잘 살려 생명을 살리는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다.


바로 ‘반찬’과 ‘고구마’ 사역으로 동 교회당 건너편에 있는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과 조금 떨어져있는 대구보건대학교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몸과 영혼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반찬과 고구마가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반찬과 고구마를 먹는 사람들의 마음을 만짐으로 그것을 먹는 사람들이 주께로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4가지 반찬과 고구마 드려요”


“고구마 헌금, 반찬 헌금이라는 제목으로 헌금이 올라와요. 우리 교회에 한 번도 안 나왔던 사람이 ‘고구마, 잘 먹었다’며 예배 참석자를 통해서 헌금을 보내와요.” 샬롬교회 담임 정규동 목사의 말이다.


2010년 5월 4일 설립된 샬롬교회는 최고로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반찬을 만들고 좋은 고구마를 삶아서 환자들에게 준다. 이에 그들에게 ‘샬롬교회는 대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쏟아서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샬롬교회는 매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입원 환자들에게 4가지 반찬을 들려 보낸다. 나물 반찬과 시간이 좀 지나도 괜찮은 밑반찬으로, 1주일 분량이다. 외출 등 사정으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예배에 참석하는 환자들을 통해서 보내든지, 그게 여건이 안 되면 교인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서 냉장고에 넣어준다. 예배에 한 번만 참석하더라도 반찬이 배달된다. 또 고구마는 삶아서 목요일(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과 금요일(대구보건대학교병원)에 입원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오래 입원한 환자들에게 병원 음식은 입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기에 샬롬교회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 제공하는 반찬이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기만 하다.


“몇 개월 만에 집 밥 처음 먹어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오랜만에 집 밥 먹고 입이 호강한다고 해요. 우리 교회 음식이 어떠냐고 물으면 다 맛있다고 해요. 제 아내가 음식을 만드는 데 소질이 있어요.”


환자들은 샬롬교회 주일예배에서 말씀을 듣고 영적으로 충만하고 평일에는 먹어보지 못하는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웃음을 나눔으로 행복하다.


정 목사는 “밥을 먹으면서 감격해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한 번 오면 병원을 떠날 때까지 계속 온다.”고 설명한다.


▲ 비닐 봉지에 담겨진 고구마
▲ 비닐 봉지에 담겨진 고구마

▲ 삶은 고구마 식히기 (이상 사진 샬롬교회 제공)
▲ 삶은 고구마 식히기 (이상 사진 샬롬교회 제공)


찬양에 눈물·설교에 은혜·식사에 감탄


“예배에 한 번 와도 무조건 반찬이 배달돼요. 우리 교회에서 만든 반찬을 한 번 먹고 나면 떨어질 수가 없어요.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병원에 있는 교회에 가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휠체어를 타고 줄을 지어 교회에 와요. 이들은 주일이 기다려지고 샬롬교회 갈 거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고 말해요. 어떤 할머니는 마음이 평안하다고 하고요.”


정 목사는 휠체어를 타고 오는 환자들이 많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안타까워한다. 예배당에 들어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데 공간이 좁아서 휠체어가 한 대밖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샬롬교회의 환자들을 향한 사랑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안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간병사들이 교회를 연결해줄 정도로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새로 들어온 환자가 교회 나가는 사람이면 ‘좋은 교회가 있다’며 ‘샬롬교회’를 소개한다고 한다.


예배당에는 장의자 자리마다 휴지가 비치돼있다. 눈물을 닦을 때 사용하라고 놓아둔 것이다. 예배 참석자들이 찬양할 때와 예배 시간에 회개의 눈물을 흘린다.


정 목사는 “찬양이 시작되면 눈물을 안 흘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눈물을 많이 쏟는다. 신세 한탄도 있겠지만 하나님을 만나서 우는 사람이 더 많다. 처음 오는 날은 더 많이 운다.”고 말한다. 찬양은 정 목사의 아들이 인도하고 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기다려요”

▲ 【대구=기독교보】이국희 기자 = 정규동 목사와 오화숙 사모 부부 2019.05.29.
▲ 【대구=기독교보】이국희 기자 = 정규동 목사와 오화숙 사모 부부 2019.05.29.

샬롬교회는 입원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반찬을 제공함으로써 입원 환자들과 가족들을 교회로 이끌고 있다.


“환자들은 우리 교회 반찬과 고구마를 함께 먹어요. 고구마를 먹어본 사람들은 우리 교회에 오지 않아도 고구마를 기다려요. 거의 한 주도 안 빠지고 제공해요. 명절 특별한 날 고구마 물량이 없을 때 빼고는 명절도 쉬지 않아요. 반찬과 고구마를 준비할 때 최고 좋은 것으로 해요.”


정 목사에 따르면 고구마를 많이 삶을 때는 한 주에 5상자가 들어가서 100봉지 가량 포장하며, 반찬도 200통 가량 담는다.


주일 봉사는 주로 성도들이 다하지만 반찬을 만드는 것만큼은 오화숙 사모가 전담이다.


“식재료를 아주 정성껏 다듬어요. 남을 맡길 수가 없어요. 이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긴 적이 없어요. 교회를 개척해서 9년 째 반찬을 만드는 데 갈수록 풍성해요. 생명을 구원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몸이 아픈데도 반찬을 만들기 위해 부엌에 들어가면 아픔이 사라져요. 최고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 싶어요. 여기 있다가 가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반찬과 교회가 그립다고 해요.”


샬롬교회는 처음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30명 예배 참석 중에 10여명이 처음 믿는 신자다. 대부분 입원해서 이 교회에 처음 나오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입원한지 3,4개월이 지나면 병원도, 교회도 떠난다. 1년에 서너 차례 환자들이 바뀐다. 교회의 새 가족이 수차례 바뀌는 셈이다. 교회는 퇴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통에 반찬을 담아서 보낸다. 집에 가면 당장에 먹을 반찬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환자들이 감동한다.


“환자들이 바뀔 때마다 10여명이 전도돼서 와요. 그렇게 오니까 1년에 적어도 4,50명이 새로 오는 셈이죠. 생전 처음 믿는 사람들이에요. 자그마한 교회가 최소의 경비를 들여서 최고의 효과를 올리고 있어요.”


“머리로 계산하면 답이 안 나와요”


지역교회들이 샬롬교회를 탐방하기도 한다. 후원 교회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 교회를 후원하는 교회의 여전도회에서 반찬과 고구마 전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가 초심을 잃었다’며 회개하고 가더라고요. 우리 교회가 귀한 일을 한다고 말해요.”


매주 반찬과 고구마로 입원 환자들을 섬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사역에 엄청난 노력 봉사와 사랑과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역교회들의 후원금, 성도들과 환자들의 헌금이 대부분 여기에 사용된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도 몰라요. 하나님이 운영하는 거죠. 머릿속으로 계산하면 답이 안 나와요. 개인과 교회의 후원금이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어요. 생명을 건지는 데 다 들어가요. 이 사역에 한 주, 한 달 많은 돈이 들어가는 데 한 번도 모자란 적이 없어요.” (정규동 목사)


“우리가 대접하면 대접한 만큼 하나님이 주셔요. 우리 교회에서 나오는 헌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하나님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필요한 만큼 때를 따라 채워줘요.” (오화숙 사모)


환자가 퇴원해서 집으로 가거나 다른 병원으로 갔다고 해서 샬롬교회를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샬롬교회의 사역이 귀한 줄 알고 수시로 식재료나 먹거리와 후원금을 보내온다. 이 교회를 생각하면 달려오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 정 목사가 교회를 거쳐 간 교인에게 심방을 가기도 한다. 멀리 있어도 상관이 없다. 교회에 와서 처음 믿은 사람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훈련받고 떠나는 ‘못자리 교회’


입원 환자 등 주일예배 참석자들은 찬양에 울고, 설교에 은혜 받고, 점심식사에 감탄한다. 입원 환자들은 퇴원하면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병원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샬롬교회에 출석하는 환자들도 대부분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샬롬교회의 많은 교인들이 서너 달마다 바뀐다. 이에 샬롬교회 정착보다는 반찬과 고구마로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정 목사는 “우리 교회는 논산훈련소 연무대교회와 같다. 훈련이 끝나면 간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못자리 교회다.”라고 설명한다.


샬롬교회는 적은 교인들과 재정으로 많은 영혼을 건지는 데 힘쓰고 있다.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는 일에 집중하므로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며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정 목사 부부는 교인들과 함께 생명을 구원하는 이 사역에 끝까지 매진하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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