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생명존중운동, 사랑으로 잉태·출산의 기쁨 이끌어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가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성과 태아 모두 보호돼야한다”고 외치면서 헌재의 낙태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 4.11. / 기독교보 ©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
▲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가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성과 태아 모두 보호돼야한다”고 외치면서 헌재의 낙태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 4.11. / 기독교보 ©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


“엄마와 함께한지 14주가 안 돼서 합법적으로 엄마 뱃속에 있는 저를 태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요. 제가 태어나면 사회활동에 어려움이 있고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불안하고 엄마 아빠가 돈을 벌어야해 저를 양육하기 어려워서 엄마 아빠 얼굴도 못 본다고요. 엄마! 미혼엄마 되는 게 두려우세요.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이와 관련 법 개정이 수순을 밟아야함에 따라 낙태죄 폐지로 죽음에 내몰린 태아로부터 나올 수 있는 절규다. 아이를 잉태해놓고 맘에 들지 않거나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울 경우 태아를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도록 문을 넓히자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가 태아의 생명을 죽이도록 돕는데 적극 나선 셈이다. 태아의 생명 보호보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자기낙태죄가 성립되는 상황에서도 낙태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처벌된 사례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온다. 이에 낙태죄 폐지 결정으로 낙태가 양성화되고 자유로워짐에 따라 낙태를 더욱 부추기는 것과 함께 생명을 가볍게 여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헌재,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죽음에 내몰린 태아


2019년 4월 11일. 태아를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판결이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내려졌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다.


헌재는 4월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했다. 이와 함께 “위 조항들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주문했다.


헌법 불합치는 하위법의 내용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선언으로, 사실상 위헌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태아를 생명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지닌 인격체로 보는 인식이 결여되고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무게를 둠으로써 태아가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낙태가 살아나면서 태아는 죽음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와 생명보호단체들은 어떤 방향으로 ‘낙태’에 대처해야할까?


■임신부 자기 결정권 우선으로 태아의 생명권 묻다


그 동안 낙태죄가 성립된 것은 태아를 생명으로 봤기 때문이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은 태아가 생명이라는 데는 전혀 눈길을 두지 않고 오롯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데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 종교계와 생명보호단체가 낙태죄 유지를 외치는 이유는 태아가 생명(사람)이라는 인식에 따라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문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 등의 기본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 구도이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몸 안에 잉태된 생명을 마음대로 처리하도록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정 후 2주, 최종 월경일로부터 4주가 지난 후에 태아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낙태죄 관련 현행법 조항이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면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을 묻어버린 것이다.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보다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는 낙태 가능 상한선을 임신 22주 내외로 제시했다. 헌법불합치 결정 4명 헌법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시기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차적 요건을 추가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 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까지 포함돼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모자보건법은 성폭행 임신 경우 등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낙태 정당화 사유가 더 광범위해야한다는 것이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 3명 헌법재판관은 ‘임신 14주까지는 조건 없는 낙태가 가능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무런 힘도 없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태아가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 “태아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체라고요”


“인생의 가치는 그를 지으신 하나님이 그를 어떻게 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정해지고 평가된다. 그렇다고 하면 태아도 우리가 함부로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신원하 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4월 12일 서울 고신총회회관에서 열린 SFC총동문임원회 주최 낙태법 관련 SFC 포럼에서 이 같이 말하고, “하나님이 지으셨고 아신 바 되고 사랑하신 존재는 그가 보유하는 기능의 여부와 관계없이 태아이거나 임종 직전의 존재이거나 모두 산모와 다르지 않는 하나님의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받는 인격체라고 봐야한다.”고 제기했다.


“태아에 대해 놓치지 않아야할 중요한 신학적 인식은 아이는 인간이 아니고 하나님이 조성하시고 창조하신 생명체라는 것이다.”


신원하 교수는 이에 대한 성경 본문으로 시편 139편과 예레미야 1장 5절을 제시하면서 “부모는 자식의 일차 원인자가 아니라 단지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자다. 아이를 하나님으로부터 위임 받아 잉태하고 이 땅에 태어나게 하는 직임을 받은 위탁자다. 아이의 주인이나 소유자가 아니다. 자녀는 하나님의 소유이며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주어진 위임된 객체다.”라며 “이 때문에 자기 뱃속에 있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타자’라고 생각해야하고 자기가 자의적으로 생명을 처분하거나 종식시킬 대상이 아니다. 산모의 자기 결정권에 아이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이 포함된다는 판결은 이와 같은 신학적 사고를 통해 볼 때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낙태죄 폐지 내지 수정 결정을 내린 헌재의 결정은 이 시대의 반기독교적 인본주의적 문화와 정서가 대세가 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교회, 낙태반대활동 무관심·발 빠른 성명서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한국 교회 연합단체는 발 빠르게 낙태(생명 중지)의 증가나 성 풍조 확산, 생명 경시 등에 대해 우려하면서 태아 생명과 여성 인권 모두 소중하며 생명을 존중해야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단체의 신속한 성명서 발표와는 달리 한국 교회는 낙태반대활동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인 것으로 제기됐다.


함수연 낙태반대운동연합(낙반연) 회장은 4월 12일 SFC 포럼에서 ‘태아와 여성을 위한 생명운동의 방향’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낙태를 주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집단 가운데 하나가 교회다. 낙반연이 지금까지 25년 동안 활동해오면서 수많은 교회들을 접촉하며 동참을 호소했지만, 낙태반대활동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낙태에 관한 강의 요청도 많지 않은 편”이라며 “왜 교회가 낙태에 관해 침묵할까? 교회 내에도 낙태를 경험한 사람이 많다. 침묵할수록 그들은 치유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계속 침묵한다면 낙태를 경험하는 교인들은 늘어나며 하나님의 훌륭한 피조물인 아기들은 죽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4월 헌재의 낙태죄 위헌소송 판결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가정과 미래 세대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낙태죄 폐지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전국에서 일어났다. 시민단체들은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는 것과 함께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를 외쳤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7개 시민단체연합)은 낙태죄 합헌 관련 16만 명, 한국 천주교는 101만 명의 서명을 헌재에 제출했다. 한국 교회는 교인이 개인적으로 낙태반대활동에 하는 데 그쳤다.


■낙태 고민 여성, 행복하게 임신·출산·양육 환경 절실


4월 12일 SFC 포럼에서 최광휴 법무법인 지원 대표변호사는 ‘형법상 낙태의 죄에 대한 법률적 검토’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 매년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만 내지 십만 건의 낙태 중 처벌되는 경우는 대개 10 내지 30건에 불과해 낙태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며 “앞으로 낙태로 인해 침해되는 태아의 생명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신원하 교수는 “생명공동체인 교회는 우선 교회 내부적으로 성경적 생명관과 인간관을 분명히 확립해야하고 성도들을 바르게 이해시키고 무장시켜야한다.”며 “앞으로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고 만들게 될 1년 반 동안 낙태 가능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여전히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낙태하지 않고 태아의 생명을 지킴으로써 여성의 신체, 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출산을 원하는 여성이나 남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힘쓸 방침이다. 남성양육책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며, 낙태 예방을 위한 책임의식 강화 성가치교육과 상담을 통해 낙태로부터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힘쓰는 것이다.


함수연 회장은 “교회는 피임에 초점을 둔 성교육이 아닌 생명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교육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이 생기지 않도록 여성 모두가 행복하게 임신하고 출산,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제도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 교회는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더 이상 방관자로 서있지 않아야한다.”고 촉구한다.


■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헌재의 결정으로 낙태 관련법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한국 교회와 생명보호단체는 사회 제도권에서 낙태 가능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임신 여성과 태아 모두를 보호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태의 96%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사회·경제적 사유이며, 낙태의 96%가 12주 이내에 실행되고 있다. 낙태가 반 기독교적 인본주의적 문화와 정서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경제적인 사유를 해소하는 데 사회와 교회가 힘써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아가 이런 사유에도 불구하고 태아가 생명이라고 인식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교회는 태아가 부모를 통해서 하나님이 조성한 것을 알고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게 요구된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자녀를 많이 낳아 말씀대로 자녀를 양육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경제적 사유 등으로 낙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미 태아에 대한 사랑을 버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태아와 아기를 기쁨으로 양육해가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 특히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주신 모성이 생명이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황폐화해감에 따라 잉태와 출산의 기쁨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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