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운동, 마을 만들기 등으로 주민들과 소통 필요

▲ 2018. / 기독교보 ©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
▲ 2018. / 기독교보 ©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

한국교회가 사회와의 관계에서 매우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한국사회 속에서의 게토다. 아무도 찾지 않는 외딴 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생명력이 있다고 말하는 교회를 찾지 않고 외면할까? 아니 특정 지역에 교회당이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또 들어서고자하는 것을 심각하게 반대할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국교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비교회적인 모습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다움, 교인이 성도다움을 잃어버린 결과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 물론 하나님의 뜻을 따라 말씀대로 살아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좋지 못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너무 강렬해 아름다운 모습이 파묻혔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공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하기보다는 교세 확장과 교회 건물 건축, 교권 유지 등 세상과는 벽을 쌓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에 따라 지역사회와 함께하지만 많은 교회들이 지역과 사회와 무관하게 혼자만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리와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고 교회 밖의 사람들을 단순하게 복음 전도의 대상자로만 인식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복음 전도의 최고의 적은 바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자체적으로, 사회에 돌밭과 가시밭을 만들어놓은 상태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면서 좋은 결실을 기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열매가 거의 없다고 투덜댄다. “길가 전도는 안 돼.” 일반적으로 교인들로부터 흘러나오는 푸념이다. 이에 노방 전도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뿌린 것에 비해 결실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의 결실이다.


특정 교회가 속한 지역의 주민들은 해당 교회를 얼마나 좋아할까? 사람들이 지역교회를 심하게 반대하거나 옮겨달라고 말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그 교회가 그 지역에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교회 소문이 좋게 나지 않아 사람들에게 나쁜 쪽으로 잘 알려질 수 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수십 년을 살아도 교회의 존재조차 모른다면 개인의 무관심으로 볼 수도 있으나 교회가 사람이 찾지 않은 무인도가 됐기 때문이다. 그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만의 교회다. 교회가 생명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만 살아있는 교회다. 눈에 보이는 건물 기능만 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주중에 교회당을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일에 예배당으로 한 번 출근하는 정도다. 교인들이 출석교회의 교회당과 가까이 있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멀리 있다. 이 때문에 지역교회로서의 책임을 다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땅 곳곳에 많은 교회당이 있지만 지역교회로서의 기능보다는 멀리서 오는 성도들이 주일에 한 번 쯤 출석해서 예배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크다. 교회가 예배, 교육과 훈련, 전도와 선교, 친교 등이 균형이 있어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지역교회는 세계 복음화의 꿈을 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까이는 우선적으로 교회 자체의 복음화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내고자 몸부림치는 모습과 함께 나아가 교회와 예배당 주변을 하나님의 나라로 바꿔가기 위해 열정을 쏟는 게 필요하다. 교회와 지역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거나 교회가 너무나 거룩해서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지역교회는 지역사회에서 더 이상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세상이 더욱 ‘복음’과 ‘하나님의 말씀’을 꺼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은 그리스도인과 복음을 거부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려하기보다는 나 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세속적인 가치관이 교회를 관통하고 있다. ‘가나안’ 성도,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욕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제 교회는 더욱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목회 또한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자명하다.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지역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존재하는 게 쉽지 않다.


교회가 봉사단체는 아니지만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마 6:11)라는 말씀을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지역교회가 속한 마을과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가 사람들의 영적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나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세요.”라고 말해야하는 게 우선이지만 마을의 필요와 실제 마을에서 굶주리는 자들의 배를 채워주는 일도 중요하다. 진정한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개체교회는 교회 내에서 교회 공동체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과 함께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을 공동체화 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게 절실하다. 도시가 대세인 현대 사회 속에서 교회는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요청받고 있다. 특히 지자체마다 추진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마을목회도 요구되고 있다. 교회는 교회 공동체로서 예배, 전도, 교육, 사회봉사 등의 사명을 나름대로 잘 감당하고 있다. 특히 교회는 어느 종교나 기관보다 사회봉사 활동을 많이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해 외면 받고 있다. 이제는 이것이 시혜나 단순 복음 전도의 수단이 아니라 교회 사명의 본질,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다가가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데 앞장서야할 것이다. 이것이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지역 공동체 운동, 마을 만들기는 그리스도인들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교와 색깔을 가진 주민들과 함께해야만 가능하다. 교회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하게 지켜가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 지역 공동체 운동에 앞장서고, 마을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는 게 요청된다.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신뢰를 잃어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다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체교회는 마을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서 지역교회가 되거나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고 존재 이유가 희미한 우리교회만의 교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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