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 함께하신 하나님 16-1 / 글: 사랑(중동 비족)

제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일 때 우리 교회에 한 외국인 선교사님 가정이 오셨습니다. 말씀을 전하시기 전에 온 가족이 나와 특별 찬양을 하였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악기를 들고 나와 찬양하는 모습이 어린 저에게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요.


선교사님의 가정을 보며 ‘나도 이런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는 선교사가 되어야지’ 마음을 먹었습니다. 목회를 하셨던 아버지께서도 딸 다섯이 모두 목회자의 사모가 되길 원하셨고, 그 중에 한 가정은 선교사가 되는 꿈을 꾸고 계셨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말씀에 딸들이 다 순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막내딸이 선교사의 꿈을 이어서 늘 감사해 하시며 우리 부부를 많이 사랑하셨습니다. 천국에 가시기 전까지 언제나 저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20대 후반에 저는 두 남자를 소개 받았습니다. 그 무렵 저는 비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두 사람을 두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며 소개 받았습니다. 다른 한 남자는 선교 동원을 위한 기도 모임을 위해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하루에 두 편의 꿈을 연이어 꾸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꿈은 철로가 드넓은 평야에 시원스레 곧게 뻗어져 있었습니다.


그 철길을 한 남자와 제가 다정히 걷고 있었습니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호젓한 시골 길을 걷는 저의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장난기가 발동한 그 남자는 철길 위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뒤따라가던 저는 그 모습이 너무 불안해 보여 뒤를 바짝 따라가 그의 손을 잡아 주려 했지만 제 손을 가볍게 거절해 버렸습니다. 저는 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를 뒤 쫒아 갔습니다.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은 위험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 철길로 여전히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잠이 깨어 그 꿈의 생생함에 놀라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두 번째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에서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길을 걷고 있는 저 멀리서 아주 낡은 덤프트럭 한 대가 짐을 잔뜩 싣고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비로 인하여 길은 물에 잠겨 사라진지 오래고, 여기저기서 흘러내리는 물로 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달려가던 그 트럭은 고개를 넘어가다 균형을 잃고 고개 너머로 전복되고 말았습니다. 그 트럭과 운전사의 안전이 너무 염려가 되었습니다.


비는 여전히 앞을 잘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내리고 있었지만 저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거세던 빗줄기기가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 멀리서 한 남자가 휠체어를 밀고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제가 염려하고 있었던 그 트럭 운전사였습니다. 그 운전사는 몸이 다쳤는지 축 늘어진 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을 싣고 그를 살려 보겠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그 남자는 휠체어가 잠겨있는지도 모른 채 힘만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가가 휠체어의 잠금 장치를 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휠체어가 잠겨 있었네요. 이렇게 풀으셨어 야죠.” 그리고 그와 풀어진 휠체어를 함께 밀고 가는 꿈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두 꿈에 많은 혼란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꿈들이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읽은 책 중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꿈을 꾸고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잊혀 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니 엎드려 그 분께 물으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꿈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주님이 저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신지 간절히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그 해답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꿈의 가장 중요한 해답은 철길이었습니다. 철길은 평행선입니다.


그 평행선은 끝까지 가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온 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분명한 대답인지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이 단호하게 정리해야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두 번째 꿈은 한 영혼을 구하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움은 많겠지만 한 영혼을 구하는 일이라면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에 저는 이 사람이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한 사람이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휠체어를 풀어주듯, 제가 돕는 배필로 그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주님께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를 만나 2001년 5월 12일에 결혼했습니다.


2007년 3월 6일 우리는 선교 훈련을 받고 사역지인 중동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2012년 2월에 비족을 위해 우리는 수도에서 노동 비자를 받고 비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아직까지 아무도 복음을 전하지 않은 곳에 사역자도 없고 한국인 가정도 없었던 곳입니다. 어떻게 저 사막에 들어가 비족들을 만나고, 말씀을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여 전할 수 있을지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간절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사막에서 한 비족 친구를 만나게 하시고, 그를 통하여 비족 중에 가장 큰 마을 부족장을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장 아들을 통해 또 다른 마을의 부족장 가족들을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아직 그들의 마음은 완고합니다. 마을에 작은 학교를 돕고, 장애 아이를 수술해 주고, 병들고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부활절, 성탄절 그리고 그들의 명절에 선물을 주고 그들의 필요들을 보살펴 주어도 그들의 마음은 아직도 복음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회교의 하나님 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습니다.


예수를 전하면 그들의 얼굴은 변합니다. 혹은 싸울 기세로 반격을 해옵니다. 언어 조력자를 찾고 있지만 몇 년째 허탕을 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낙심하고 두려움에 휩싸여 한 걸음조차 떼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이곳에 온 것이 주님의 뜻이 맞는지 날마다 그분께 묻습니다. 때로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하늘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도 쳐 봅니다. 그분께 따져 묻기도 합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저희의 일터를 옮겨 달라고 때 쓰던 때도 있었습니다. 계속


글 | 사랑(중동 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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