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구본철 화백
▲ 삽화: 구본철 화백

퀘이커들은 교회라는 말을 쓰지 않고 그저 ‘친구모임’ 혹은 ‘공동체’로 여길 뿐이란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회의 사무회의를 하지. 회의의 결정은 만장일치제란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결정하지 않지. 여러 공동체가 모여 3개월에 한 번 정도 회의를 하고 전국적으로 모여 1년에 한 차례 정도 회의를 하지만, 그 결정은 지방 교회에 전혀 강제력이 없단다.


1650년 60명으로 시작한 퀘이커교는 4년 후 3천명으로 성장했어. 무시무시한 박해를 받았지만, 신도가 급속도로 늘어나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퍼져나갔어. 퀘이커 중에 윌리엄 펜(William Penn, 1644-1718)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있단다. 그는 잉글랜드 국민의 영웅 윌리엄 펜 경(Sir William Penn)의 아들이야. 윌리엄 경은 아메리카 식민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 윌리엄 경은 퀘이커들이 아메리카로 이민해 살 수 있도록 지금의 펜실베이니아 주를 찰스 2세로부터 하사 받았단다.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라는 이름도 윌리엄 펜의 ‘펜’(Penn)을 본 따 지은 것이야. 그 후 잉글랜드의 퀘이커들은 아메리카로 대거 이민해 정착했어. 아메리카 신대륙은 퀘이커들에게 천국과 같았단다. 그렇게 1702년 펜실베이니아와 뉴저지에 2만 명의 퀘이커들의 정착촌이 생기게 되었지. 뉴잉글랜드에서 퀘이커는 부흥했단다.


하지만, 핍박이 줄어들면서 퀘이커들은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어. 박해의 시대에는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삶이 편해지면서 그 신념도 약해졌단다. 퀘이커의 삶과 훈련이 너무 엄격하다고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퀘이커를 떠났어. 예전과 달리 열정이 식어지면서 회심자도 줄어들었단다.


지금은 영국에 2만 명, 아일랜드에 2천 명, 미국에는 15만 명의 퀘이커들이 있단다. 일본에 한 때 퀘이커들이 꽤 인기가 있기도 했어. 일제강점기 때 한국 유학생들이 일본의 퀘이커들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 돌아와 퀘이커 모임이 시작되기도 했단다. 1950년 경 서울에서 퀘이커 모임이 시작되고 유명한 민족주의자 함석헌이 이 모임에 동참했어. 미국인으로 유명한 퀘이커는 파커 파머(P. J. Palmer)가 있지. 그는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IVP 2014)과 ‘가르칠 수 있는 용기’(한문화 2013)라는 책을 써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졌단다. 리차드 포스터(R. J. Poster)도 퀘이커인데 영성운동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레노바레’(Renovare: renew)라는 단체를 설립한 인물이며 ‘영성훈련과 성장’(말씀사)이라는 책도 썼지. 퀘이커의 영향은 이렇게 저렇게 한국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란다.
퀘이커는 종교개혁의 후손이지만, 정통 개신교회의 길을 벗어났지. 퀘이커의 문제는 무엇일까?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단다.


첫째, 현대판 영지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어. 이들은 외적인 형식, 교리, 역사, 교육을 부정하고 내면적인 신비한 영적 지식을 절대적 진리로 믿기에 물질은 속된 것이고 영은 거룩한 것이라고 보는 이원론적인 영지주의와 비슷하단다.


둘째, 내적 빛과 느낌을 성경보다 더 높은 위치에 놓음으로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린단다.


셋째, 몸의 떨림을 성령의 역사로 인정해 오늘날의 신사도운동과 같은 성령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단다.


넷째,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마리아의 처녀 잉태를 믿지 않는단다.


다섯째, 모든 종교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고 가르쳐 종교다원주의의 길을 열어 놓는단다.


이런 퀘이커교의 모습은 현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경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성령님이 우리 가운데 계시면서 일하시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경 말씀과 교회의 직분적 사역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일하시지. 마음의 뜨거운 감동이나 몸이 떨리는 현상 같은 것을 성령의 역사라고 쉽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단다. 성경을 잘 요약한 신앙고백과 요리문답은 복음을 쉽고 바르게 가르치는 데 매우 요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 개인의 경험과 체험은 언제나 객관적 말씀으로 검정을 받아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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